“미국이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결국 미국 소비자가격이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입니다.”
페터르 베닝크 전 ASML 최고경영자(CEO·사진)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반도체 행사 ‘세미콘 코리아 2025’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무역 장벽은 결코 세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는 결국 미국 소비자에게 역풍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더라도 자국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관세 영향은 미국 소비자에게 가장 부정적”이라며 “세계 반도체 생산의 90% 이상이 한국, 중국, 대만 등 미국 외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반도체 생산은 수요를 만족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며 “결국 미국인의 지불 금액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으로 가져오려고 하지만 설비가 완공되고 안정적인 생산을 이루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추산했다. 베닝크 전 CEO는 “미국은 모든 반도체 시설을 자국으로 가져오고 싶어 하지만,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5년, 충분한 생산 역량을 확보하는 데 10~15년이 걸린다”며 “우리(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반도체업계)는 긴밀하게 협력해 생산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각국은 서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내 깨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베닝크 전 CEO는 “미국이 ‘반도체 관세’ 등으로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현 상황에서 모든 반도체업계는 연구개발(R&D)과 혁신에 힘을 쏟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베닝크 전 CEO는 10년간 ASML 수장을 맡아 ASML을 ‘슈퍼 을’ 대열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지난해 퇴임 후 현재 네덜란드 정부의 반도체 사업 자문가, 에인트호번 공과대 이사회 의장 등을 맡아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