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원짜리 '펭구 토큰'은 컨슈머 코인이 될 수 있을까[비트코인 A to Z]

입력 2025-02-26 13:11
수정 2025-02-26 13:12

그동안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친절한 UX·UI, 보안 우려, 모호한 규제 등의 요인 때문에 유의미한 규모의 유저들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으로 온보딩하는 것에 실패했다.

물론 비트코인 ETF, 스테이블 코인, 중앙화 거래소 성장은 괄목할 만한 성과이지만 이는 유저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앱을 사용하고 온체인 거래를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이미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앱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 역시 유저라기보다는 ‘파머(farmer)’라 불리는 투기꾼에 가깝다. 유저들의 동기가 앱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서”(파밍(farming)이라고 표현한다)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투기꾼들은 파밍으로 토큰을 받고 매도하여 자기 몫을 챙긴 뒤 떠나버리는 식이다.

통상적으로 특정 블록체인 네트워크나 앱이 토큰을 발행하면 가격이 점진적으로 우하향하기에(99% 대부분 이런 케이스다) 투기꾼들이 한바탕 불을 지피고 떠나고 나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좀비 상태가 되어 방치되는 악순환 구조가 되풀이된다.

상황이 이렇기 떄문에 블록체인 대중화는 요원해 보인다. 오죽하면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AI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몇몇 팀은 블록체인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이글루 팀이 대표적이다. 이글루 팀은 펏지펭귄을 통해 NFT 시장에서 견고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며 장난감, 게임, IP 라이선싱, 콘텐츠 제작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앱스트랙트 체인(이더리움 레이어2 네트워크) 론칭, $PENGU(펭구) 밈코인까지 발행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펏지펭귄 NFT에 대해서는 과거에 쓴 칼럼 ‘너(N)에게 팔(F)고 튄(T)다 오명 쓴 NFT 시장, 귀여운 펭귄이 바꿀까’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본 칼럼에서는 이글루 팀이 지향하는 컨슈머 블록체인, 앱스트랙트, 그리고 펭구 토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컨슈머 블록체인이란컨슈머 블록체인은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이 개인의 일상에 깊이 통합되는 것을 의미하며 세 가지 단계로 채택이 진행된다.



대부분의 블록체인 기업이 일반 목적 체인에 집중하며 분산된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이는 자원과 인재의 분산으로 이어져 대중 시장 침투에 실패한다.

해결책은 소비자 중심 체인 구축에 초점을 맞추어 특정 애플리케이션(예: 재미 중심 앱)을 통해 사용자 기반을 확장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코인·블록체인은 대중적인 채택에 성공하지 못하면 산업 전체가 도박 및 고위험 금융 행위로 인식될 위험이 크다. 컨슈머 블록체인을 통해 문화, 영향력 등의 무형 자산을 토큰화하는 새로운 가치 창출 기회가 열리며 이는 코인·블록체인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성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간주된다. 앱스트랙트, 컨슈머 블록체인을 혁신할까이글루 팀은 과거에 프레임이라는 기술개발사를 인수하여 앱스트랙트 체인이라는 이더리움 레이어2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했다. 최근 메인넷을 론칭한 앱스트랙트 체인은 여타 메인넷과는 사뭇 다른 양상인데 컨슈머 블록체인을 지향하는 이글루 팀의 비전을 잘 보여준다. 앱스트랙트 체인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앱스트랙트는 재미 요소를 강조하여 코인·블록체인 산업의 디즈니 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앱스트랙트는 게임, 소셜네트워크, 트레이딩, NFT, 밈 등 소비자 지출에 초점을 맞춘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장려하며 투기꾼보다는 일반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앱스트랙트는 사용자 참여와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XP(경험치) 시스템과 뱃지 인센티브 모델을 도입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게임화(Gamification)를 통해 사용자들이 블록체인 생태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XP 시스템은 사용자가 앱스트랙트 체인 생태계 내에서 다양한 활동(지갑 펀딩, 콘텐츠 소비, 앱 사용, 스트리밍 호스팅, 스트리밍 팁 등)을 수행하면서 경험치를 획득하고 레벨업을 하는 구조다. 사용자의 활동량과 기여도를 정량화하고 이를 보상 메커니즘에 연결한다. XP는 향후 앱스트랙트 토큰으로 전환되어 네트워크 기여자에게 분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메인넷들이 주로 거래 속도 향상과 수수료 절감을 위한 기술적 인프라와 탈중앙화금융(Defi)에 집중하는 반면, 앱스트랙트 체인은 사용자 친화적인 UX와 블록체인 앱의 대중화를 중심으로 설계된 점에서 차별화된다.

스트리밍 기능 역시 돋보인다. 기존 블록체인에서는 대역폭 제한과 처리 속도 문제로 인해 실시간 스트리밍이 어려웠다. 앱스트랙트 체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체인 스트리밍 기능을 개발해 게임 플레이 방송, 라이브 이벤트, 창작자 콘텐츠 스트리밍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스트리밍 콘텐츠 제작자들은 실시간으로 팁으로 받은 수익을 정산하고 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즉시 유동화할 수 있다. 이는 기존 Web2 플랫폼(예: 유튜브, 트위치)이 제공하는 광고 수익 모델과 비교했을 때 더 직접적이고 투명한 수익 구조를 제공한다. 펭구 토큰은 단순한 밈코인이 아니다이글루 생태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NFT와 더불어 $PENGU라는 티커를 가진 펭구 밈코인이다. 펏지펭귄 NFT는 8888개로 수량이 한정되어 있고 가격도 개당 10이더(한화로 약 4000만원 이상)로 소수의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는 반면 펭구 토큰은 가격이 15원에 불과하기 떄문에 약 60만 명의 홀더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솔라나 블록체인에서 발행된 펭구 토큰은 현재 앱스트랙트 이더리움 레이어2에도 통용되고 있고 스트리머에게 팁을 주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루카 넷츠는 향후 펭구를 자사 인게임 커런시로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점차 유틸리티를 강화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코인·블록체인 산업에서 도지, 트럼프, 시바, 페페, 봉크 등 밈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의미하다. 이때 여타 밈코인은 단순히 동물이나 사람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이 전부이고 실제 매출을 내거나 지속가능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밈코인은 반짝 뜨고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밈코인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①강력한 리더쉽 ②브랜드 인지도 ③새로운 유동성 유입 ④정당성 ⑤운영 및 실행력 등이다.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했을 때 펭구 토큰은 주요 밈코인으로 자리매김할 잠재력이 높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도지 코인-일론 머스크, 트럼프-트럼프처럼 특정 밈코인이 대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펭구 토큰의 마스코트 루카 넷츠는 코인·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가장 영향력이 있고 평판이 좋은 창업자 중 하나이다.

새로운 유동성 유입 역시 중요하다. 펭구 토큰은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주요 거래소에는 모두 상장했으나 아직 업비트, 로빈후드에는 상장하지 않았다. 또한 이글루 팀이 자산운용사와 협업해 펭구 토큰 관련 ETF를 신청할 것이라는 루머가 있는데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기관투자가들의 유입세 역시 기대해볼 만하다.

상당수 밈코인은 내부자들이 대중에게 더 높은 가격에 덤핑하는 구조이다. 하지만 펭구 토큰은 내부자들 물량이 락업되어 있고 토크노믹스 역시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 이것은 기회이자 리스크이다. 도지코인의 경우 아무런 사업을 영위하지 않아도 최초로 성공한 밈코인이라는 이미지와 일론 머스크의 지지 덕분에 아직까지 시가총액 기준 최대 밈코인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펭구 토큰의 경우에는 사업을 영위하는 팀이 있기 떄문에 향후 게임, 소셜, 콘텐츠, 앱스트랙트 등의 영역에서 사업 성과에 따라 펭구 토큰의 명운이 좌지우지될 것이다.

이글루 팀이 블록체인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위 시나리오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앱스트랙트 체인이 과연 토큰 발행 이후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이다.

대부분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토큰 발행 및 에어드랍 이벤트 이후 유저들의 리텐션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대체로 다른 돈 벌 거리를 찾아 떠난다) 과연 앱스트랙트 체인은 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게다가 펭구 토큰 역시 야심차게 론칭했지만 가격이 고점 대비 85% 하락해서 홀더들의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이글루 팀은 펭구 토큰의 가격 부양을 위해 에어드랍 클레임되지 않은 물량 소각을 진행했고(전체 물량 기준 10% 이상) 향후 바이백 메커니즘, ETF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코인·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토큰 가격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향후 펭구 토큰의 가격 추이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