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뢰경영 평가기관인 ‘Great Place To Work®(GPTW·일하기 좋은 기업) Institute’가 주관하고 ‘Great Place to Work® 코리아’(대표 지방근)가 주최하는 ‘제23회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 선정 결과가 발표됐다.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은 직원 만족과 직원 행복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 신뢰경영을 실천함으로써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가는 기업을 선정하는 제도다. 미국 본사인 GPTW Institute은 1998년부터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지에 매년 ‘포춘 US 100대 기업’ 을 발표하고 있다. 회원국인 한국도 2002년부터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 신뢰경영지수 75% 반영
이번 평가의 특징은 구성원들이 소속된 회사의 일하기 좋은 정도를 직접 평가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부 반응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성원들은 자신이 몸담은 회사의 일하기 좋은 신뢰 정도를 구성원 경험진단(Employee Experince Survey) 형식으로 직접 평가한다. 평가방식은 제1차 신뢰경영지수(Trust Index™) 진단과 제2차 문화 평가(Culture Audit™)로 구분된다.
신뢰경영지수 진단은 글로벌 스탠다드로 180여개 국가, 61개 언어로 분류돼 평가를 진행한다. 믿음, 존중, 공정성, 자부심, 동료애 등 5대 범주로 평가항목이 구성되고, 15개 요소(커뮤니케이션, 사업추진 역량, 윤리경영, 지원, 참여, 보살핌, 공정함, 공평함, 정당함, 개인 자부심, 팀 자부심, 회사 자부심, 친밀감, 호의, 공동체 의식)와 60개 세부평가 항목으로 나뉜다.
올해 신뢰경영지수의 주요 평가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에 선정된 기업들은 일반 기업들에 비해 대부분 평가 항목에서 월등히 높은 점수가 나왔다. 예를 들어 신뢰 범주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중 ‘나는 리더에게 쉽게 다가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항목의 경우 선정 기업들의 긍정 응답은 67%로 일반 기업 평균(약 40% 중반)에 비해 높은 결과가 나왔다. 조직에 대한 자부심 요소 중 ‘나는 우리 일터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싶다’ 항목에서도 78%의 긍정적 응답율이 나왔다.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은 동료애 범주의 ‘재미’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리 일터는 일하기에 즐거운 곳이다’라는 설문에 74%, ‘우리 일터는 협업이 잘 이루어진다’는 질문에는 81%가 긍정적이었다. 국내 일반기업이 약 40 ~ 50%수준의 긍정적인 답변이 나온 것에 비하면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들은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해외에 비해 낮은 평가가 나온 항목도 있다. 공정성 범주의 공평함 요소 중 ‘우리 일터의 승진, 승격은 개인 능력과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진다’ 항목의 경우 69%였다. 미국 85%, 유럽 87%, 라틴아메리카 88%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문화 평가 진단은 7개 평가 항목으로 구성된다. 일하기 좋은 일터 신뢰, 구성원 최고의 잠재력, 핵심가치, 구성원 참여, 효율성, 리더십 행동, 혁신 활동성과 등을 평가한다. 평가점수는 제1차 신뢰경영지수(Trust Index™)가 75%, 제2차 문화 평가(Culture Audit™)가 25% 반영된다. ◇ 수자원공사, 익명 소통창구 운영이같은 방식에 따라 평가한 결과 올해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 1위는 글로벌 에스테틱 업체인 ‘멀츠에스테틱스 코리아’가 차지했다. 이 회사는 유연 근무제와 월 4회 재택근무,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퇴근을 장려하는 ‘패밀리 데이’ 등 임직원 개개인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임산부와 수유부를 위한 전용 휴게실 △임신기 단축 근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육아 휴직 △자녀 수에 제한없이 유치원 보조금 지급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위한 입학 선물 및 입학식 당일 유급 휴가 △초등학교 입학 자녀 돌봄을 위한 3월 추가 재택근무 등 자녀를 둔 임직원의 일·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2위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선정됐다. 수자원공사의 특징은 2020년 비대면·즉각적인 피드백을 위한 익명 소통창구 ‘톡톡수(水)렴’을 개설했다는 점이다. 이는 ①청원 신청(익명)→②청원 성립(2주 동안 댓글참여 및 150명 이상 공감 시)→③공식 답변(청원 마감일로부터 2주 이내 관련 부서 답변)→④전사 피드백(매월 청원운영 현황 분석·게시)의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수자원공사 직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월 7만3000회 방문수, 약 300건 이상 제도개선 등을 이뤄냈다. 구성원 누구나 의견을 개진해 경영활동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데다 담당부서장의 답변을 통해 빠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어 호평을 받았다는 평가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의 경영 철학은 ‘프로텍터십’이다. 원래 ‘보호자 또는 후원자의 신분’을 뜻하지만 회사는 이 단어에 ‘보호자-관계’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회사가 직원들을 지키고 그들의 성장을 도울 때, 직원도 회사를 지키고 회사의 성장을 돕는다는 선순환의 개념이다. 이같은 경영 철학은 브랜드 ‘닥터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사람들의 피부 고민을 해결해주는 화장품을 만들자’는 창업주 안건영 박사의 정신에 따라 닥터지는 사람들이 세상에 나아갈 용기와 자신감을 파는 글로벌 더마 브랜드로 성장했다.
애터미는 5년 연속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및 ‘글로벌 ESG 인권 경영 인증’, ‘부모가 일하기 좋은 기업’ 등에 선정돼 3관왕에 올랐다. 애터미는 ‘영혼을 소중히 여긴다’는 사훈 아래 임직원들의 자유롭고 진취적 업무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다. 박한길 애터미 회장은 사람이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라고 여기고, 이러한 핵심가치를 경영에 녹여내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GPTW)을 만들었고, 5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최고경영자(CEO)에 선정됐다. ◇ “구성원 살아있는 목소리 평가 장점”
세계 일하기 좋은 기업의 평가점수를 살펴보면 ‘포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신뢰경영지수는 86이다. 유럽연합(EU)은 88, 라틴 아메리카 91, 일본은 80이다. 반면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 신뢰경영지수는 80으로 이보다 같거나 낮은 편이다. 한국의 평가범주 중에서 공정성 및 동료애 지수가 크게 낮기 때문이다. 그만큼 구성원들이 상사와 경영진에 대한 기대가 낮고 동료에 대한 친밀감 및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다는 신호란 분석이 나왔다.
유영만 Great Place to Work® 코리아 심사위원장(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은 “한국을 포함해 포춘, 유럽 등 세계 각 국가의 일하기 좋은 100대 선정된 기업들은 일반기업들과 비교하여 이직률, 생산성과 수익률, 고객만족도 등 여러 경영지표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최근 고용 브랜드에 결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Great Place to Work® 선정위원회의 서여정 경영평가 본부장은 “매년 구성원 관점에서 구성원들의 살아있는 소리로 직접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신뢰경영 지수를 평가 관리할 수 있다”며 “나아가 세계 180여개 국가 및 산업별 비교분석과 벤치마킹이 가능한 것은 물론 성별, 연령별, 직급별 등 인구 통계적으로도 비교 분석해 일하기 좋은 일터 만들기에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