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극단적 선택도 이럴 땐 '중대재해'입니다

입력 2025-02-18 16:46


흔히 산업재해 또는 중대재해라고 하면 작업 중인 근로자가 작동 중인 기계설비에 끼이거나, 날아오는 물체에 맞거나 또는 높은 작업장소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연상하게 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산업재해'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일응 외부의 원인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만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일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외부 원인 없이 갑자기 근로자가 쓰러져 사망하는 과로사, 예를 들어 택배노동자의 과도한 야간업무로 인한 사망은 중대재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위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에 의하더라도 ‘작업 또는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경우’도 포함하고 있어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뇌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하고 이로 인하여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중대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제669조)에서도 사업주는 근로자가 장시간 근로,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작업, 차량운전[전업(專業)으로 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및 정밀기계 조작작업 등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하 '직무스트레스')이 높은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을 위하여 ①직무스트레스 요인을 평가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개선대책 마련, ②작업계획 수립시 근로자 의견 반영, ③작업과 휴식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등 근로조건 개선, ④근로시간 외의 근로자 활동에 대한 복지 차원의 지원, ⑤건강진단 결과 등을 참고하여 근로자를 배치하고, 직무스트레스 요인, 대비책 등에 대해 근로자에게 충분히 설명, ⑥뇌혈관 및 심장질환 발병위험도를 평가하여 금연, 고혈압 관리 등 건강증진 프로그램 시행 등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위와 같은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산업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에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발생한 직업성 질병이라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노동고용부, 중대재해처벌법 질의회시집).

이 경우 그 발생 원인이 과중한 업무 이외에도 종사자 개인의 고혈압이나 당뇨, 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업무량, 강도 등 업무환경이나 업무량의 변화와 질병의 발생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사법정책연구원,「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재판 실무상 쟁점).

뿐만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과로사 외에도 외부의 원인으로 인한 사망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중대재해를 상정해 볼 수 있다(이하「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재판 실무상 쟁점 참고).

근로자 개인이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작업 또는 업무로 인한사망이 아니고, 더 나아가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도 아니므로 중대재해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한 경우는 해당 교통수단을 ‘업무에 관계되는 설비’로 해석하여 중대재해로 볼 여지는 있다.

직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의 경우에는 그 직접적인 원인이 작업환경 등에 있지 아니하고, 근로자 내부에 존재하므로 원칙적으로는 중대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나, 사망의 결과가 직무스트레스가 과도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발생한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중대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집단괴롭힘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통상 작업이나 업무로 인한 것이 아니므로 중대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이 작업수행의 방식으로 행하여지거나 업무에 편승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중대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대검찰청,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

결론적으로 외부의 물리적 충격이나 설비로 인한 사망이 아닌 경우에도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이 또한 법리 해석상 중대재해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실무상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인정되려면 중대재해의 발생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와 더불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사이의 2차적 인과관계도 인정되어야 하는바, 기계설비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사망 사고와는 달리 과로사에 대해서는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이나 의무위반과 사망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할 것이다.

최근에 택배근로자 과로사, 외국계 대형마트에서 쇼핑카트를 정리 중이던 근로자 사망 사건 등이 이슈화되고 있으나, 사망의 원인이 작업 또는 업무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인지, 아니면 근로자 개인의 당뇨, 고혈압 등 지병이나 생활습관으로 인한 것인지 의학적 또는 법리적 판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과로사가 중대재해에 해당하는지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하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