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플레이, 美선 벌금…韓은 구두 경고 3회뿐

입력 2025-02-17 18:31
수정 2025-02-18 00:19
골프계가 ‘슬로플레이와의 전쟁’에 나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시간을 지키지 않는 선수에 대한 벌타를 크게 강화한 규정을 내놓은 데 이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도 40초 샷 클록 도입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느린 경기가 고질병으로 꼽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역시 도약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PGA투어는 지난 14일 경기 진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규정을 발표했다. 골프 규칙은 40초 안에 샷을 마무리 짓도록 하고 있다. LPGA투어는 기존 벌금 중심의 규정을 대폭 수정해 40초에서 1~5초를 초과하면 벌금을, 6~15초를 초과하면 1벌타를, 16초를 넘기면 2벌타를 매기기로 했다. 기존에는 1~30초 초과 시 벌금만 물리고, 31초를 넘겨야 2벌타를 줬다. 새 규정은 다음달 열리는 포드챔피언십부터 적용된다.

PGA투어는 선수별 평균 스트로크 시간을 공개하고, 벌칙으로 시즌 포인트인 페덱스 포인트를 삭감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40초를 알려주는 샷 클록, 거리 측정기 도입 등이 거론된다. 최근 AT&T 프로암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앞 조 진행이 늦어져 5시간30분 동안 경기를 치른 사실이 드러나며 슬로플레이 규제의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골프계가 슬로플레이에 칼을 빼어든 것은 빠르고 화끈한 장면을 기대하는 젊은 스포츠 팬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풋볼(NFL), 야구(MLB), 농구(NBA) 등 압도적 인기를 누리는 프로 리그와 경쟁해야 하는 미국 골프에는 속도감 있는 경기로 시청자를 붙들어두는 것이 생존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내에도 슬로플레이를 규제하기 위해 강력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KLPGA투어는 매해 ‘느림보 경기’로 투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해 10월 경기 여주 블루헤런G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하이트진로챔피언십 2라운드에선 한 조가 18홀을 도는 데 7시간11분(전반 9홀 뒤 휴식 시간 포함)이 소요됐다.

KLPGA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경기 시간은 5시간14분이다. 강화된 벌금 규정 및 적극적인 배드타임(샷 시간 초과 페널티) 부과로 전년보다 평균 경기 시간을 21분 앞당겼다고 하지만, 여전히 압축적인 플레이와 거리가 먼 진행 속도다.

KLPGA투어 규정에 따르면 1차 배드타임 때 구두 경고를, 2차 배드타임부터 1벌타 및 벌금을 받고, 4차 배드타임 땐 실격 처리된다. 지난 시즌 배드타임은 47회 부과됐는데 이 가운데 45회가 1차 배드타임이었다. 실질적 페널티를 받은 경우는 두 번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선 지난 시즌 슬로플레이로 적발된 선수는 3명뿐이었다. 3명 모두 구두 경고에 그쳤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국내 투어도 규정 강화를 논의해야 할 때”라며 “슬로플레이어에 대한 페널티 부과도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