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티메프(티몬 위메프) 사태부터 비상계엄까지 잇따른 악재에도 국내 주요 여행사들의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축됐던 여행심리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여행객이 늘어나면서다. 특히 객단가가 높은 중고가 패키지 상품 판매 비중이 높아진 것도 주효했다. 업계에선 올해 중고가 상품 강화에 나서면서 업황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여행사는 중고가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주로 패키지여행의 단점으로 꼽히는 쇼핑, 옵션, 팁 등을 제외하거나 항공편 비즈니스석 탑승, 4~5성급 호텔에서 투숙하는 일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 상품 대비 높은 가격이지만 다른 불필요한 요소 없이 온전히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인기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경험률이 높아지면서 같은 여행지라도 온전히 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패키지를 꺼리는 주된 이유로 꼽힌 쇼핑, 팁 등이 없어 만족도 또한 높아지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패키지 고객 수 기준 중고가 패키지 비중은 31%로 전년(28%) 대비 증가했다. 여행 거리에 따른 중고가 패키지 판매 비중은 평균 판매가가 높은 중장거리 여행지에서 특히 높게 발생했다. 높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여행지일수록 제대로 된 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여행객의 선호도가 큰 것이 주된 이유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중고가 패키지 상품 확대는 매출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작년 연결 기준 매출액이 6166억원으로 전년(4116억원) 대비 49.8%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340억) 대비 49.5% 늘어난 509억, 당기순이익은 69.1% 증가한 999억원이다.
작년 고물가, 고금리 등 경기 불황으로 이어진 소비 침체에도 견고했던 여행 수요에 따른 영업익이 확대됐다. 특히 객단가가 높은 중고가 패키지 상품 비중이 확대되면서 평균 판매가가 오르며 실적을 견인했다.
모두투어와 노랑풍선 등도 중고가 상품인 프리미엄 패키지 브랜드를 출시해 수요 잡기에 나섰다. 모두투어는 MZ(밀레니얼+Z)세대의 예약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특히 각 분야의 여러 인플루언서와 함께 떠나는 여행에 여행지별 컨셉트를 더한 기획 상품 '컨셉투어'가 대표적이다. 700만원대에 이르는 고가의 패키지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예약인원의 95%가 MZ세대일 정도로 젊은 층에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노랑풍선은 특별한 호텔에서의 아름답고 편안한 숙박, 미식 경험, 프라이빗한 여행에 집중한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이에 힘입어 전반적인 업황 개선세에 매출 규모는 두 자릿수대로 회복했다.
모두투어의 작년 한 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0.9% 늘어난 2516억원, 노랑풍선은 33.6% 증가한 131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모두투어가 전년 대비 58% 감소한 49억, 노랑풍선은 영업손실 6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돌려받지 못한 미수금 전액을 대손 처리한 영향을 받았다.
모두투어는 "급변하는 국내 정세에 따른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예약 유입이 소폭 감소 추세"라면서 "시그니처 상품 등 고가 상품 판매는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업계는 지난해 티메프, 비상계엄, 자연재해, 대형 참사 등 악재 속에서도 매출이 확대됐던 만큼 올해는 작년 대비 실적 개선을 예상했다. 소비심리 악화에도 수요가 견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 목적이 뚜렷한데다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한 특화 상품과 프리미엄 상품, 개인 취향에 따른 테마형 상품 등으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 판매량 증가는 여행사 실적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품 객단가와 마진율이 높아 매출을 늘리는데 효자 노릇을 하면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다소 부정적인 경기 여건 속에서도 여행 분야는 소폭이나마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소득 3분위 이상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은 다시 확대되는 중이고, 온라인상에서의 소비도 여행 등 서비스 분야의 성장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행 같은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소매판매액이나 소비자심리지수추이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여행업에 대한 주변 환경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