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부메랑…SK에코, 미래사업 전면 재편

입력 2025-02-12 17:36
수정 2025-02-13 02:09
▶마켓인사이트 2월 12일 오후 4시 8분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인수합병(M&A) 시장의 ‘포식자’로 불렸다. 2020년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를 시작으로 2년도 되지 않아 4조원을 투입해 15곳의 친환경기업을 쓸어담으면서다. 회사 간판도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바꿔 달았다.

하지만 미래 성장동력으로 장착한 친환경 자회사를 다시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금리 인상 여파 속에 이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기업공개(IPO)도 어려워지자 중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재무 부담을 덜어낸 뒤 사업 방향성을 재설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몸값 2조원 기대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수처리·폐기물 자회사 리뉴어스 지분 75%와 폐기물 매립·소각을 담당하는 리뉴원 지분 100%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을 포함한 복수의 PEF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가격은 1조원대 중반~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리뉴어스는 전국 1300여 개 하수·폐수 처리시설과 6개 소각장을 운영하는 종합폐기물 처리업체다. 리뉴원은 대원그린에너지, 디디에스, 제이에이그린 등 8개 폐기물 관련 자회사를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친환경 M&A 시장이 활발한 만큼 매각 타이밍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에코비트가 IMM 컨소시엄에 2조7000억원에 매각됐고, 부방그룹의 수처리 자회사들도 글랜우드PE에 팔렸다. 글로벌 PEF인 EQT파트너스는 폐기물업체 KJ환경을 1조원에, 어펄마캐피탈과 더함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매립업체 제이엔텍을 5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거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SK에코플랜트가 5년 만에 친환경 자산을 대거 정리하는 것은 막대한 금융 비용 때문이다. 회사의 총차입금은 2019년 말 1조원에서 2024년 3분기 말 6조4745억원으로 불었다. 작년과 재작년 이자 비용만 각각 3200억원에 이른다.

2022년과 2023년 발행한 6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와 4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도 고민거리다. CPS는 글랜우드크레딧과 한국투자증권이, RCPS는 프리미어와 이음PE가 매입했다. SK에코플랜트는 내년 7월까지 상장하지 않으면 약속한 원리금에 더해 추가 배당을 지급해야 한다. 배당 규모는 2027년 880억원, 2028년 1140억원으로 추산된다.

회사는 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해 메리츠증권에 리뉴어스 지분 25%를 매각하고, 리뉴원 지분을 담보로 30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이 30년 만기 EB 금리가 연 8.45%에 달해 부담이 크다.

M&A 이후 통합(PMI) 과정에서 시너지 창출이 어려웠던 점도 매각을 결정한 배경이다. SK그룹 편입 이후 운영 비용이 증가했고 소각장 운영 방식 차이로 기존 직원들이 이탈하며 노하우가 유실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어센드엘리먼츠 주식을 매각해 1300억원을 확보했고, SK㈜로부터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반도체 유통 전문기업 에센코어를 인수해 신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향후 SK테스와 함께 반도체 설비 구축, 모듈 제조·유통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다양한 PEF에서 인수 제안을 받고 있지만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