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어 英 진출하는 '개츠비'…"전세계 감동시킬 준비됐다"

입력 2025-02-12 17:06
수정 2025-02-13 00:30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내년 봄쯤 투자금을 회수하고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브로드웨이에서 2년 안에 제작비를 회수한다는 것은 ‘아주 큰 성공을 거뒀다’는 뜻입니다.”

한국 창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리드 프로듀서인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57·사진)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위대한 개츠비는 작년 4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정해진 폐막일 없이 공연하는 ‘오픈 런’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사전 제작비 2500만달러에 배우 출연료 등으로 매주 100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 신 대표는 1년 내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에 머물고 있는 신 대표는 “뉴저지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트라이아웃(시범 공연)을 진행할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관객의 좋은 반응을 보고 브로드웨이 공연에 거는 기대가 있었다”며 “현재 관객의 반응은 여전히 뜨겁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소식지 플레이빌에 따르면 위대한 개츠비의 평균 객석 점유율은 지난 2일 기준 93.1%(누적 325회 공연)에 달한다. 개막 직후 1주일간 매출 100만달러 이상을 내며 ‘원 밀리언 클럽’에 입성해 20주 연속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위대한 개츠비는 ‘아메리칸드림’이라는 친숙한 소재와 화려한 무대 구성으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게 평론가들의 분석이다.

신 대표가 생각하는 위대한 개츠비의 성공 비결은 뭘까. 그는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서 처음부터 콘셉트와 방향성을 정하고 작업에 집중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른 프로듀서와 공동 제작한 ‘드림걸즈’(2009) ‘내 소리가 들리면 소리쳐’(2014) ‘닥터 지바고’(2015) 등과 달리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불협화음 없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브로드웨이 공연의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오는 4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라는 뮤지컬 양대 메카에서 모두 성공할지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신 대표는 “연습과 프리뷰(공식 개막 직전 공연)를 통해 브로드웨이와는 조금 다른 표현 방식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무대 디자인과 프로덕션은 브로드웨이보다 섬세한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오를 주인공으로는 가수 겸 배우 제이미 무스카토(제이 개츠비 역)와 뮤지컬 배우 프랜시스 메일리 매캔(데이지 뷰캐넌 역)이 발탁됐다.

신 대표는 ‘제2의 위대한 개츠비’가 나오려면 무엇보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 마케팅에 의존하기보다 작품 자체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작품 완성도를 갖춰야만 어느 나라 관객에게도 설득력과 전달력을 갖는다”며 “한국 뮤지컬의 발전은 완성도 높은 뮤지컬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도 높은 뮤지컬을 만드는 것은 좋은 대본과 좋은 곡, 좋은 연출, 좋은 프로덕션 등 모든 것을 조화롭게 결합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며 “이 모든 것을 잘 이끌 수 있는 총괄 지휘자인 프로듀서의 역량이 받쳐줘야 하고, 크리에이티브 팀과 함께 전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오는 7월 말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공연도 할 예정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