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3월 말부터 ‘비상한 조치’를 언급하며 계엄을 사전에 계획한 정황을 증언했다. 신 실장은 윤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처음 언급한 삼청동 안가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그의 진술은 검찰 수사 내용과 일치한다. 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일부 언론사 등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신 실장은 이날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작년 3월 말~4월 초 삼청동 안가에서 열린 만찬 모임에서 윤 대통령이 ‘정상적인 정치로 가기 어려워졌다’, ‘비상한 조치를 해야겠다’고 말했는지 묻는 국회 측 질의에 “그런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계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군이 현실 정치에 역할을 한다는 정도로 이해했다”며 “썩 유용한 방법은 아니라는 말씀은 드렸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대통령경호처장)에게 “대통령이 혹시라도 그런 말씀을 안 하도록 잘 모시라고 말했다”며 사실상 계엄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증언대에 선 이 전 장관은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일부 언론사 등 특정 건물 단전·단수 조치를 구두로라도 지시받은 적 있냐’는 윤 대통령 측 질의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검찰 공소장에 등장하는 단전·단수 지시 관련 문건에 대해 “(계엄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 1~2분 머물 당시 ‘소방청’ ‘단전’ ‘단수’ 등이 적힌 종이쪽지 몇 장을 얼핏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계엄 선포 직전 약 5분간 열린 국무회의가 적법한 형식을 갖췄냐는 김형두 재판관 질의에 이 전 장관은 “국무위원 모두가 국무회의임을 인지하고 있었고, 의사정족수인 11명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며 ‘간담회’ 정도로 인식했다는 한덕수 국무총리 등과 반대되는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도 “국무위원이 대통령실에 간담회 하러 오거나 놀러 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당시 국가정보원 3차장으로 재직하며 선거관리위원회 관련 업무를 전담했던 백종욱 전 차장은 “선관위 시스템이 최고의 보안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점검 결과를 분석해보니 여러 취약점이 있었고, 보안 관리 부실 문제도 드러났다”며 윤 대통령이 계엄 배경으로 주장해 온 부정선거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김용빈 선관위 사무처장은 “국정원이 (점검 대상을) 자의적으로 선별해 진행했다”며 국정원의 점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장서우/황동진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