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10일 14: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케즘(일시적 수요둔화)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에 든든한 자금조달 통로이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겠습니다."
이찬우 글랜우드크레딧 대표(사진)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다수의 전문가 집단들이 케즘 등 기업이 직면한 산업 환경에 맞춰 자금 조달 방안을 제공하는 자문사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게 저희의 장점"이라며 "원금을 잃지 않는 투자 구조를 짜는게 물론 최우선이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에도 윈윈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1년 9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의 크레딧펀드 운용사로 설립된 글랜우드크레딧을 이끌고 있다.
글랜우드크레딧은 메자닌 투자와 직접대출(다이렉트 랜딩) 두 가지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운용사다. 차익에 집중하는 바이아웃 펀드와 달리 투자위험을 최소화하고 원금에 적정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하방 안정(다운사이드 프로텍션)'을 최우선으로 삼는 크레딧 전략을 구사한다.
2021년 PEF가 기업에 직접 대출이 가능하도록 법안이 개정되면서 전환사채(CB),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 뿐 아니라 직접 대출에 최적화된 전략까지 구사할 수 있는 크레딧펀드 설립에 문호가 열렸다. 크래딧 펀드의 목표수익률은 투자 자산군과 위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연 8~10%대 초반 수준으로 설정된다.
글랜우드크레딧은 올해부터 중단기 케즘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크레딧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에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을 세웠지만 단기간 현금흐름에 차질이 생겨 자금 융통이 필요한 대기업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그는 "당장 어려움을 겪더라도 자체적인 산업 전망과 기업 분석 등을 통해 안정적인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제도권 금융사들이 접근하지 못한 산업군에도 베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기 PEF 등 투자자들로부터 상장(IPO) 등을 조건으로 자금을 유치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도 크레딧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과거엔 신생 PEF들도 기관에서 프로젝트펀드로 돈을 받아 기존 PEF 투자금을 차환해줄 수 있었지만 기관들이 검증된 PEF에 출자하는 기조가 강해지면서 돈줄이 막힌 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거래도 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글랜우드크레딧의 장점으로 출자자(LP)의 수요에 맞춘 다양한 투자전략이 가능한 점을 꼽았다. 그는 "고금리면서 투자 중간중간마다 현금을 배당받을 수 있는 자산군이 과거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었는데, 최근에는 산업 침체로 기관들이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저희는 다수의 다이렉트렌딩 투자를 중간 현금 회수가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 기관투자가들도 PF자산 공백을 크레딧 자산으로 채우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크레딧펀드의 강점인 '유연한 투자구조'를 활용한다면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견뎌내는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기업들이 PRS와 TRS를 통해 '급전'을 조달하는 현상이 짙어졌지만 이같은 담보대출은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담보대출로 볼가능성이 있어 한계가 있다"며 "PRS와 TRS보단 다소 금리가 높지만 신용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자본확충이 필요한 기업들은 크레딧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글랜우드크레딧도 지난해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노란우산공제회 등 굵직한 LP들의 출자사업에서 선택을 받았다. 올해 초 총 6000억원대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투자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감사하게도 많은 자금이 모여 기회가 열렸지만 지금부터 역량을 증명해내야 한국 시장에서 크레딧이 자리잡을 수 있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생각한다"며 "기업들과 기관들에게 은행 대출이나 기존 메자닌펀드와 차이점을 증명해드리고 크레딧 전략을 하나씩 국내에도 안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