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회의해도 괜찮습니다"…피클의 줌미팅 혁명 [고은이의 VC 투자노트]

입력 2025-02-06 17:04
수정 2025-02-06 17:07
평소 외근이 많은 영업직 A씨. 화상 회의가 열릴 때마다 노트북을 켜고 앉을 곳을 찾아다니느라 고생을 했다. 하지만 최근 AI 아바타를 활용하면서 고민이 크게 줄었다. 운전하거나 걷는 중에도 쉽게 회의에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화상에 등장하는 AI 아바타가 사용자의 음성에 따라 표정과 입모양을 재현한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피클이 미국 벤처캐피털(VC) NFX로부터 프리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6일 밝혔다. 투자액은 비공개다.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의 투자 기회도 확보했다.

피클은 줌, 구글 미트 등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개인 맞춤형 실시간 립싱킹 클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피클을 사용하면 사용자는 본인과 비슷하게 생성된 얼굴 영상으로 카메라를 켜지 않고도 화상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예컨대 화장을 하고 옷을 갖춰입은 후 회상 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침대에 눕거나 식사를 하면서도 음성만으로 회의에 들어갈 수 있다.

자체 개발한 음성-영상 생성형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음성과 영상 사이 지연 없이 매끄럽게 사용자의 표정과 입모양을 재현한다. 지난해 10월 오픈베타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글로벌 1000명 이상의 유료 고객을 확보했다. 유료 고객의 70%는 미국, 20%는 유럽이다. 이번에 프리시드 투자를 받은 NFX는 실리콘밸리 탑티어 벤처캐피털로 도어대시, 리프트, 페이트런 등 공룡 기업들을 초기에 발굴했다. 피클은 최근 와이콤비네이터가 운영하는 ‘W25 배치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경쟁률이 200:1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피클 박채근 대표는 “화상 회의는 IT 전문가들의 업무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이번 프리시드 투자를 계기로 화상 회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의 생각까지 대변할 수 있는 클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