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떠나는 투자자들…이복현 "자본시장 선진화 마지막 기회"

입력 2025-02-06 15:00
수정 2025-02-06 15:0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6일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금감원과 금융투자협회가 함께 주최한 '한국 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우리 자본 시장이 '양면 전쟁'의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본시장 선진화 시기를 놓치면 선진국 시장과 격차가 더 벌어지고, 가상자산 시장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시장 내 혁신산업 성장 지연 및 투자자의 미국 주식시장 쏠림 등으로 자본시장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위축되고 있다"며 "글로벌 통상 마찰과 기술 패권 경쟁이 자본시장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한국 자본시장 '양면 전쟁' 위기 놓여"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한국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환경이 녹록지 않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며 "국내 시장이 선진 시장으로 거듭나려면 장기투자 수요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을 개편하고, 연금 자산이 해외가 아닌 국내로 유입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각종 세제도 개선해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계와 기업의 대출은 둔화하고 있고 예금증가율이 올라가는 등 안전선호 현상이 뚜렷하다"며 "국내기업의 미래에 대해 많은 의문점이 든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가 2350~285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움직였던 범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명목 경제성장률을 고려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이익이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밑바탕에 깔렸다. 또 2023년도 기준 상장사 2500곳 중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 수가 무려 33.5%에 달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좀비기업'(한계기업)이 증시에서 퇴출되는 등 양질의 기업으로 증시를 재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세영 노무라금융투자 전무는 "우리나라 증시 활성화를 위해 양질의 상장사가 많아야 하고 투자자들이 소유하고 싶은 기업들이 있어야 한다"며 "중복상장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18.4%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중복상장 비율은 4.4%, 미국은 0.35%에 불과하다.

김수현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도 "일본은 시장 전체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신규상장 요건과 상장페지 요건을 대폭 강화한 후속 조치로 기업가치제고 계획 공시를 제출받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상장 폐지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밸류업 공시 등에 한정해 정책이 나와 안타깝다"며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 시장 체질 개선을 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주충실의무에 주목한 전문가도 있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무죄 선고를 보면 한국에서는 법상 이사의 주주 보호 의무가 없다"며 "세세한 규정 보완이 먼저가 아니라, 회사의 누군가가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하겠다는 선언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갖고 있는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한다"며 "빠른 상법 개정만이 증시 활성화를 위한 지름길"이라고 언급했다. "장기 투자 위해 주주환원·지배구조 개선돼야"또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장기 투자를 지원하는 시장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미흡한 주주환원과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주주들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안 원장은 "기관투자자들의 활동을 지원해 주주권 행사 활동을 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며 "의미 있는 주주 활동을 위해 주주 간 연대가 가능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법상 기관 투자자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자본시장법상 5%룰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퇴직연금 수익률은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 개편의 방향성에 있어 국민연금은 시장 참여에서의 질적인 측면이, 퇴직연금은 양적 측면이 강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40년 국민연금이 고갈되기 시작하면 퇴직연금이 이 물량을 받아줘야 하는데 이에 앞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방안이 해결돼야 한다"며 "퇴직연금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는 기조가 있기 때문에 낮은 수익률이 나와 모든 제도 개편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