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보엔(1899~1973)은 20세기 영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꼽힌다. 지적이고 날카로운 언어 감각으로 인간관계와 내면의 심리를 격렬하고 섬세하게 탐구하는 작품을 주로 썼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을 배경으로 1948년 쓴 <한낮의 열기>가 대표작이다. 국내에도 최근 번역된 이 책은 ‘지금까지 집필된 가장 지적인 누아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세계대전 당시 연인이 스파이로 의심받는 상황 속에서 세 인물 간 긴장감 흐르는 관계를 따라간다. 전쟁 속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과 심리를 파고들어 전쟁이 삶에 새긴 균열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보엔의 특유한 문학사적 위치와 영향은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영국 상류계급의 가정생활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풍성하고 깊은 심미안으로 사물과 풍경을 해부하는 문체, 격동적인 시대 속 여성의 삶과 심리를 속속들이 탐구하는 예리한 지성이 빛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