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학생 A씨는 올초 10분짜리 인공지능(AI)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제작 경험이 전혀 없던 그는 챗GPT를 이용해 시나리오를 썼다. 머릿속 주요 장면을 AI 서비스 미드저니에 입력하면 이미지가 바로바로 나왔다. A씨는 “영화 제작비는 생성형 AI 구독 비용 등 단돈 14만원”이라고 했다.
영화 제작이 소수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흔들리고 있다. AI로 시나리오 작성부터 연출, 편집이 모두 가능해지면서 ‘넷플릭스 쇼크’를 겪은 영화산업이 또다시 도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3차원(3D) 기반 AI 영상 솔루션 ‘시네브이’를 개발한 시나몬은 11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시나몬의 솔루션은 AI와 3D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 스스로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사용자가 가상 배우의 연기와 카메라 연출, 조명, 배경 등을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 있다.
기성 영화는 시나리오 작성부터 제작, 연출 등에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야만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영화 개봉작 174편의 제작비 총합은 5212억원, 편당 제작비는 평균 약 30억원이다. 이 중 배우 출연료를 중심으로 한 평균 순제작비는 23억9000만원으로 총제작비의 80%에 달했다.
인디 영화감독 케빈 패트릭은 2023년 AI 도구만으로 제작한 12분짜리 단편영화 ‘더 프로스트’를 공개했다. 대본은 GPT-4, 시각 이미지는 달리2(DALL-E2)로 만들었다. 이들을 합친 영상은 ‘런웨이 젠2’를 써서 제작했다. 지난해 말엔 한국 최초로 상업용 AI 영화가 극장 스크린을 장식했다. ‘나야, 문희’는 실제 배우의 초상을 활용한 국내 최초의 100% AI 영화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AI 비디오 생성기 시장은 2023년 5억3440만달러에서 지난해 6억1480만달러로 증가했다. 2032년엔 25억629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