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회사채 이례적 강세…LG엔솔, 최대 1.8兆 조달

입력 2025-02-05 16:10
이 기사는 02월 05일 16: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연초 기업들이 줄줄이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채권 투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회사채 금리가 2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다. 관세 전쟁, 구조조정 이슈 등 채권시장 내 불안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강세장이라는 평가다. 금리 인하 시기에 하루라도 빠르게 실탄을 마련하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 하락으로 조달 여건 개선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8000억~1조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하는 내용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오는 6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조8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초 최대 증액 발행 규모를 2조원으로 정했으나 시장 상황을 반영해 2000억원을 줄였다. 지난해에는 총 1조6000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연초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가 늘고 있다. 포스코 등 국내 35개 기업은 지난 1월 한 달 동안 약 12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가운데 2조9000억원을 순발행했다. 1월 설 연휴를 감안했을 때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작년 1월(14조원) 못지 않은 발행 실적이다.

2월 회사채 발행 규모도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대 1조8000억원을 모집하는 LG에너지솔루션(신용등급 AA)을 비롯해 LS전선(A+)이 오는 6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GS에너지(AA), 연합자산관리(AA), 세아베스틸(A+) 등 3개사는 오는 5일부터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회사채 금리가 크게 떨어지자 자금 조달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AA-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지난 3일 연 3.196%에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시작 시점인 2022년 3월 수준으로 내려간 셈이다. KT와 현대자동차 등 일부 AAA급 회사채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 3%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연내 두 차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이미 회사채 시장에 반영된 셈이다.

회사채 수요가 늘면서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의 차이인 스프레드도 축소되는 추세다. AA- 등급 회사채 3년물 금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크레딧 스프레드는 62bp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신용 위험성을 낮게 보고 있는 셈이다. AA- 장기 평균이 67~70bp인 것과 비교하면 최근 스프레드는 50bp 후반~60bp 초반으로 좁혀진 셈이다. 작년 비상계엄 사태 당시 69bp에서 내려왔다.
채권투자 과열 지적도최근 금리 하락은 채권 투자가 급증한 결과다. 작년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는 41조6448억원어치로 2023년(37조5620억원)보다 11%(4조828억원) 불어나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회사채는 9조8631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내 금리 인하가 두 차례 예상되면서 투자 수요가 늘어났다.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상승해 투자자는 평가차익을 얻을 수 있다.

과열 분위기까지 감지되면서 회사채 투자 경고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A-)의 회사채 금리는 3.5%로 A+에 달할 정도로 상승했다”며 “가격 면에서 투자 메리트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회사채 시장이 2차전지와 석유화학, 철강 등을 제외하고 상반기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로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하반기부터는 회사채 시장이 약보합세를 띨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가 연말로 갈수록 반등할 수 있다”며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도 하반기부터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