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집약 웹툰 생태계, AI 비서가 혁신할 수 있죠"

입력 2025-02-04 18:32
수정 2025-02-05 00:42
“인공지능(AI)은 웹툰 작가들이 역량의 150%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최상규 리얼드로우 대표(사진)는 “노동 집약적인 웹툰 제작에 AI가 접목되면 작가들이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얼드로우는 왓챠에서 웹툰 사업을 총괄하던 최 대표가 2023년 왓챠와 엔씨소프트 출신 웹툰·디자인 전문가들과 함께 창업한 AI 기반 웹툰 제작 스타트업이다.

창업 6개월 만에 쿠팡·토스·배달의민족 등을 유니콘기업으로 이끈 알토스벤처스로부터 30여억원의 ‘프리A’ 투자를 이끌어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프리A 투자란 창업 초기 자금(시드 투자) 이후 시리즈A 투자로 가기 전 진행되는 투자 단계를 의미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지난해 세계에서 80개 기업만 선정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도 포함됐다.

리얼드로우는 웹툰 작가의 창의성과 저작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반적인 AI 스타트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AI가 웹툰 작가들의 그림체를 무분별하게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개인의 조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최 대표의 지론이다. 리얼드로우는 게임 개발 엔진 ‘언리얼 엔진’에 AI를 접목했다. AI가 작가들의 그림을 학습하더라도 다른 작가는 활용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한 것이 특징이다.

최 대표는 “오랜 시간 웹툰 시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어떻게 하면 AI를 작가들의 창작 생태계에 도움이 되도록 쓸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AI가 그림을 무차별적으로 학습하는 게 아니라 특정 작가의 그림체를 익혀 작가 개개인의 스타일을 찾는 것을 도와주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웹툰업계의 지형 변화는 그가 AI로 눈을 돌린 계기다. 개인 작가 중심이던 국내 웹툰 시장은 최근 콘텐츠공급사(CP)가 작가와 계약을 맺고 여러 명의 보조 작가를 붙여 제작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인력이 많을수록 더 좋은 품질의 작품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게 일종의 공식으로 자리 잡으며 양산형 작품이 웹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최 대표는 “스튜디오 형태로 제작하는 게 보편화되면서 품질이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며 “AI가 단순노동이 필요한 영역을 담당하고 작가는 작품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작가는 독자에게 감흥을 주고 싶다고 하는 소위 ‘S컷’에 집중하는 사이 AI가 나머지 부분을 완성시켜 준다면 작가는 더 높은 퀄리티에 도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K콘텐츠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웹툰이 미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웹툰은 코로나19 이전에만 해도 한국, 일본에서나 소비되는 마이너 콘텐츠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여러 영화와 넷플릭스 시리즈에 원천 콘텐츠로 K웹툰이 활용되면서 시장의 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 기반의 AI 개발자 네트워크와 로스앤젤레스(LA)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를 모두 활용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현지 대형 엔터테인먼트 및 테크 업체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K웹툰에 대한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관심이 지대하다”며 “올 한 해 본격적으로 준비해 미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