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윤범의 반격… 영풍에 집중투표제 도입 주주 제안

입력 2025-02-04 17:36
이 기사는 02월 04일 17: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집중투표제를 통해 최 회장 측 인사를 영풍 이사회에 진입시키겠다는 구상이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세에 맞서 고려아연 경영권을 방어한 최 회장이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다음달 열리는 영풍 정기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안건을 다루자고 주주제안을 했다.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과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 지분 15.15%를 보유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의 장남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사장 등 특수관계인 보유한 지분(52.65%)에 비해선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다만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엔 '3%룰'이 적용된다. 3%룰은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해주는 제도다. 3%룰이 적용되면 최 회장 측 지분은 12.53%로 줄어드는 데 비해 장 고문 측 지분은 13.95%로 급감한다. 소액주주 등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찬성하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최 회장 측 인사가 영풍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문이 열린다. 집중투표제가 배제된 상태에선 장 고문 측이 영풍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최 회장 측이 이사 선임을 제안해도 장 고문 측이 거절하면 진입이 불가능하다. 최 회장 측은 장 고문 측을 견제하기 위해 집중투표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더라도 당장 이번 정기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는 건 어렵다. 앞서 최 회장 측은 지난달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를 통한 이사 선임을 동시에 추진했으나 법원의 제지를 받았다.

영풍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행동주의 펀드 측과 손을 잡을지도 관심이다. 영풍 지분 약 2%를 보유하고 있는 머스트자산운용은 심혜섭 변호사 등과 함께 영풍에 자사주 소각과 무상증자, 액면분할, 주주환원책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머스트자산운용이 최 회장 측에 힘을 보태면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가능성은 더 커진다. 다만 최 회장 측은 이번 주주제안을 준비하면서 머스트자산운용과 모의를 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최 회장 측과는 별도로 주주제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고려아연 분쟁에서 최 회장 측의 무리한 방어를 비판적으로 봤던 행동주의 펀드 측이 영풍 주총에선 최 회장 측과 손을 잡을 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반격으로 MBK 연합은 최 회장 측에 대한 공격과 영풍에 대한 방어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임시 주총에서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MBK 연합은 임시 주총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고, 최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법적 대응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