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이 네 차례나 지나는 사이에 한국이 어떤 기여를 했다는 뉴스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산업혁명을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좀 더 입체적으로 본다면 좀 다르다. 1차 산업혁명기는 영국의 증기기관 출현을 필두로 해서 기술의 발달이 각종 사회·정치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영국의 이웃이자 숙적인 프랑스에도 산업혁명의 영향이 이어져서 도시화의 가속도와 그에 따른 팬데믹을 경험하게 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레미제라블로 잘 알려진 시민혁명을 거쳐 나폴레옹이 산업혁명을 가속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나폴레옹은 과학을 전쟁의 으뜸가는 신(神)이라고 지칭할 만큼 과학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인물이다. 나폴레옹 시절 전쟁 중에 음식을 오래 보관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지금의 통조림이 탄생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 당시에 한국은 어땠을까. 18세기 후반은 사도세자의 죽음으로 유명한 조선 영조의 시대였다. 나름대로 조선의 황금기라고는 하지만 서구권의 변화에 비하면 수준 차이가 상당하다.
2차 산업혁명 이후는 미국이 주도권을 잡았다.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들과 석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자동차,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끄는데 기여한 컴퓨터의 출현이 숨 가쁘게 세상을 흔들어 대는 시기에 우리나라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선진국 중에서 탱크나 군수물자를 만들던 회사가 존재했던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지금까지 자체 기술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는 흔하지 않다.
한국의 백색 가전과 자동차는 성능과 혁신 면에서 단연코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컴퓨터와 운영체제는 아직도 미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주요 부품인 반도체는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대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의 총화인 인공지능(AI) 또한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이 앞서가는 세계적인 플랫폼에서는 우리가 아직은 따라가는 모습이지만, 응용 분야에서 논의되고 실험되는 현실은 과거 선진국과의 기술적 시차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어느 면에서는 앞서가고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이 기술을 연구하는 것은 일상과도 같다. 그러나 그러한 연구들이 누적돼 시너지가 발현하는 시기는 인류의 절박함과 상당한 관계가 있다. 전쟁이나 팬데믹 같은 인류의 위기는 인간에게 궁극적인 변화를 강요한다. 그리고 인류를 위협하는 위기는 과거로부터 습득된 것들을 포함해 우주적 재앙, 탄소와 기후적 재앙, 금융시장 붕괴로부터의 재앙같이 새로운 분야가 지속해서 출현하고 있다.
지구촌 어디선가 전쟁은 계속 진행 중이고, 새로운 변이의 팬데믹도 시간문제이다. 보이지 않는 우주의 유성이 날아드는 일은 불가항력이고, 이상 기후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잘 짜인 선진 금융시장은 의외로 취약한 부분이 많아서 자칫 큰 변동성을 만난다면 전 세계의 물류가 마비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격변이 과거와 다른 점은 자연발생이 아니라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랜 국가 간 영토분쟁이나 종교갈등에 의한 불가피한 전쟁이 아니라, 무기를 소모하거나 실험하려는 필요에 의한 전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구의 감소로 인한 위기는 출산장려정책으로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그러한 인류가 만들어낸 위기는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를 기다릴 수도 없다. AI의 최종 결과물인 로봇은 대부분의 문제를 사람을 대신해서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탄소를 채집하는 로봇, 해양 오염을 처리하는 로봇, 인명을 희생하지 않고 전쟁을 수행하는 로봇, 불 속으로 들어가서 인명을 구하고 화재를 진압하는 로봇, 팬데믹 속에서 사람을 치유하는 로봇처럼 인공지능이 기계과 결합한 로봇은 상당 기간 큰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입장에서 지금까지의 산업혁명 따라잡기는 충분했다. 이제부터는 미래의 시장의 필요성을 예측하고 먼저 가 있을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거리에 사람과 로봇이 함께 다니는 상상은 현재가 된 미래이다. 이러한 산업혁명의 응용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약진을 기대해 본다. 김동철 한성대학교 AI응용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