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가 들어선다해도 바이오에너지 전환이 늦어질 수는 있으나 흐름은 계속될 것"
오태길 HD현대오일뱅크 글로벌사업본부장(전무)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바이오에너지 사업 전망과 관련 이렇게 말했다. 오 본부장은 HD현대오일뱅크에서 바이오 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사업은 폐식용류, 팜유, 동물성유지 등으로 만는 SAF(항공), 바이오선박유(선박), 바이오디젤(자동차)를 제조·판매하는 사업이다. 글로벌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원유가 아닌 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정유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 4사중 유일하게 바이오항공유(SAF) 전용설비 계획(2027년까지 30만t 전용공장 설립)을 밝히는 등 친환경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일본 ANA항공(전일본공수)에 SAF를 수출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바이오 에너지에 대한 지원 정책과 인센티브 정책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4년 임기로 트렌드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오 본부장은 “필립스66 등 미국 메이저 정유사들도 SAF 생산 시설 등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이미 진행중인 프로젝트도 많아 관련 정책의 급진적인 폐기 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트렌드의 반대로 가는건 친트럼프적인 미국 정유사들의 이해관계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본부장은 "에너지 전환의 또다른 한축인 유럽쪽은 규제 강화로 그 지역에 정유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친환경 원료가 필수가 되고 있다"며 "유럽이 자국 산업 확대를 위해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측면도 있는 만큼 이해관계에 있어서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오 본부장은 "트럼프 정부 등장과 함께 회사내 기나긴 내부회의를 거쳤고, 결론은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결론을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기존의 판을 뒤바꿀 기회가 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본부장은 급격히 성장할 바이오에너지 사업에서 한국이 충분히 톱티어 기업이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 본부장은 "바이오에너지분야 톱티어의 유럽업체인 ?핀란드의 Netste나 이탈리아의 ENI 등과 비교해서도 한국업체와의 기술적 격차가 거의 없다"며 "생산량 차이만 있을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HD현대오일뱅크가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만큼 미래 바이오에너지 사업에서 1위 자리를 충분히 차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시에 바이오에너지 전환을 이루지 못한다면 한국 정유 수출시장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오 본부장은 "예를 들어 전세계 선박유 시장의 규모는 월 1800만t 수준"이라며 "한국 시장에서 공급되는 선박유는 월 100만t 으로 동북아 지역 주요 선박유 공급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의 상당 비중이 바이오 선박유로 바뀌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면 이 시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본부장은 "작년부터 정부 주도 하에 바이오 선박유 실증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 및 석유관리원 등 유관 기관이 제도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비교적 빠른 시장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오 본부장은 미래 바이오에너지 사업에서의 관건은 '원료수급'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본부장은 "SAF, 바이오선박유 등의 경우 지금보다 규모가 늘어나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자체로 생산비가 현재 정유 수준까지 떨어지기 어렵다"며 "얼마나 싸게 안정적으로 원료를 들여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SAF와 바이오선박유 등은 기존 원유 기반 제품에 비해 2~3배이상 비싸다. 오 본부장은 "SAF나 바이오선박유를 만들기위한 폐식용류, 팜유 등을 들여올 원료 수급처 확보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며 "미세조류 등을 활용해 원료가를 낮추는 연구들도 주목받고 있는데, 관련 수급처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