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한 달 동안 5000억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줄곧 늘어나던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줄어든 것은 작년 3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만 지난해 가계대출 급증 문제의 주원인이던 주택담보대출은 3개월 연속 상승 폭이 커지고 있어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월 말 기준 733조658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해 4762억원 축소됐다. 5대 은행의 월간 가계대출 증가 폭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작년 3월(-2조2238억원) 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가계대출 감소를 이끈 것은 신용대출이다. 5대 은행의 개인 대상 신용대출 잔액은 작년 말 103조6032억원에서 올해 1월 말 102조82억원으로 1조5950억원(1.5%) 감소했다. 작년 12월(-4861억원) 이후 2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장기간 이어진 설 연휴로 개인의 신용대출 수요가 줄어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축 주택에 대한 중도금대출과 잔금대출 등을 뜻하는 ‘집단대출’도 4개월 연속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1월에만 1조1955억원 줄어 2022년 9월(-9조9260억원) 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서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입주자에게 대규모 잔금대출이 공급됐지만, 이외 지역의 신규 분양과 입주 물량이 적어 집단대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신축 주택과 관련한 집단대출은 줄었지만 일반적인 이사 수요를 모두 포함한 주담대는 오히려 늘었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79조9771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조5137억원(0.3%) 불어났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월간 증가 폭은 작년 10월(1조923억원) 이후 3개월 연속 확대됐다. 전세대출 잔액도 지난달 4755억원 늘어 2022년 8월(5073억원) 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