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경제학자가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을 탐구했다. 기술 변화로 고학력·고숙련 근로자 수요가 늘었고, 저학력·저숙련 근로자와의 임금 격차가 커졌다는 게 많은 학자가 꼽은 원인이다.
202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클라우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같은 대학 동료 로렌스 카츠 교수는 <교육과 기술의 경주>에서 이런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숙련 편향적 기술 변화가 최근 나타난 새로운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컴퓨터의 발전과 인터넷의 등장이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온 것은 사실이지만, 20세기 초반 전기의 확산과 가전제품의 등장 역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변화였다.
20세기 초부터 1940년대까지는 미국에서 학력 수준에 따른 임금 격차가 대폭 줄었다. 1950~1970년대에도 임금 격차가 추세적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1970년대 말부터 격차가 급격히 벌어져 20세기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저자들이 지목한 요인은 교육 수준의 변화 속도다. 기술 발전 속도를 교육이 따라가면 고학력·고숙련 근로자의 상대적 가격이 높아지지 않는다. 반대로 교육 혁신이 기술 발전을 못 따라가면 고학력·고숙련 근로자의 공급이 부족해져 임금 격차가 커진다.
30세 인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미국인의 평균 교육 연수는 1930~1955년과 1955~1980년에 각각 2.4년 증가했지만 1980~2005년엔 0.8년밖에 늘지 않았다. 1980년대 이후 불평등이 확대된 원인이다.
저자들은 교육에 공공 투자를 늘려 대학 진학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육 연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일지는 의문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