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명 비라인랩스 대표 "직장 내 괴롭힘, AI로 상처 덜 수 있어요"

입력 2025-01-30 17:48
수정 2025-01-30 23:41
누가 봐도 법조인으로서 탄탄대로였다.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고시 합격, 국내 대형 로펌 율촌의 창업주 우창록 변호사의 사위라는 화려한 타이틀이 그를 평생 지켜줄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사람들의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스타트업을 창업해 직장 내 괴롭힘 관리 플랫폼을 개발한 박종명 변호사(사진) 얘기다.

박 변호사는 지난 24일 “직장 내 괴롭힘은 신고자와 피신고자 인식 차이가 극도로 커 예민한 이슈”라며 “신고 후 잡음이 끊이지 않고 기업은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중재 부담도 매우 큰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달 초 정보기술(IT) 개발자, 경영컨설턴트, 회계사, 정보보안 담당 등 전문가 7명을 모아 스타트업 비라인랩스를 창업했다. 이 회사가 다음달 선보일 플랫폼 비벨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클릭 몇 번에 완료할 수 있고, 자신의 신고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쉽게 조회할 수도 있다. 사내 인사위원회 위원들은 ‘대외비’가 찍힌 수십~수백 쪽 문서를 종이가 아니라 인공지능(AI)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파일을 노트북 및 태블릿으로 보며 회의할 수 있다. 보안과 비밀 유지가 생명인 직장 내 괴롭힘 심사에서 종이로 된 문서를 생산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박 변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에 주목한 것은 갈등 중재 역할을 해 온 그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었다. 사법연수원 2년 차에 두 달간 대형 로펌에서 인턴을 했지만 “내 길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후 경력은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 서울시에서 외국인 이주여성 법률 상담을 맡았고, 한국소비자원, 대한법률구조공단,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도 일하며 공익적 변론을 맡았다. 배달앱 ‘요기요’로 잘 알려진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서 윤리경영실장을 한 경험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눈을 뜨게 한 요인이 됐다.

그는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 역할만 했다면 보지 못했을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결론 분석에 주력하는 법조인과 달리 기업에서는 솔루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논의가 활발하던 직장 내 괴롭힘 이슈를 미리 겪으며 관련 사건 처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신고자와 피신고자 모두 회사에는 꼭 필요한 유능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둘 다 떠나보내야 할 수 있고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짚었다. 이어 “초·중·고교 일선에서 학교 폭력 문제를 처리할 때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박종필 기자/사진=최혁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