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2기를 맞은 하나금융의 가장 큰 과제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 ‘비은행 경쟁력 강화’가 꼽힌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밸류업에 속도를 내고 증권·카드·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실적을 개선해야 1등 금융지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30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함 회장이 임기 동안 경영 능력을 입증한 점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회추위는 “조직 운영 효율성을 높이면서 하나금융 창사 이후 최대 경영 실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며 “경쟁력 강화를 통해 그룹의 미래를 끌어나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함 회장이 2015년 초대 하나·외환은행 통합 은행장으로 취임한 뒤 그룹의 순이익은 2016년 1조3305억원에서 2023년 3조4217억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총자산은 436조8100억원에서 767조974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3조225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 제한 문제가 해소된 것은 함 회장 연임에 호재로 작용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70세를 넘어도 이사로 재직할 수 있도록 내부 규범을 개정했다. 기존 규범대로라면 2027년 3월까지 2년만 재임할 수 있으나 새로운 규정으로 2028년 3월까지 근무가 가능해졌다.
밸류업 목표 달성을 위한 주주환원 규모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게 함 회장의 구상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0월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나금융의 주주환원율은 2021년 26%, 2022년 28%, 2023년 33% 수준이다. 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쓴 비용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보통주자본비율(CET1),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자본 효율성 제고도 약속했다. 함 회장은 지난해 12월 하나금융 5000주를 장내 매입하며 밸류업 행렬에 동참했다.
두 번째 임기를 맞아 1등 금융지주 도약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도 함 회장의 역할이다. 특히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함 회장 취임 이후 하나은행은 2022년과 2023년 순이익 1위의 ‘리딩뱅크’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그룹 전체 수익성은 KB금융, 신한금융에 이어 여전히 3위에 그치고 있다. 함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사업영역 확장과 더불어 비은행 부문 동반 진출을 통해 수익 기반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이 강점을 가진 기업금융과 외국환, 자산관리 등 핵심 분야 경쟁력도 높일 방침이다. 최근 금융권 새 먹거리로 떠오른 퇴직연금 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
장현주/박재원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