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탕 후루후루~ 탕 탕탕 후루루루루'
지난해 온라인을 달군 챌린지를 꼽으라면 '마라탕후루'를 빼놓을 수 없다. "선배 마라탕 사주세요. 혹시 탕후루도 같이?"라며 '모솔(모태 솔로) 탈출'을 꿈꾸는 당찬 고백송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손가락 총을 만들어 흥겹게 춤을 췄다.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마음을 표현한 이 'MZ 챌린지'의 주인공은 13세의 소녀 서이브(Seo Eve)다.
서이브는 2017년 유튜브 키즈 채널을 오픈하며 데뷔했고, 이후 활동이 뜸했다가 지난해 '마라탕후루' 챌린지로 대박을 냈다.
'마라탕후루'는 통통 튀는 가사에 귀에 꽂히는 쉽고 친숙한 멜로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여러 인플루언서와 아이돌들이 챌린지에 동참하며 숱한 커버 영상을 생성해 냈다. 서이브는 "서울랜드로 체험학습을 갔는데 사람들이 나를 다 알아봤다. 사인도 하고, 사진도 1000장 정도 찍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마라탕후루' 챌린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였는지 묻자 입시·교육 콘텐츠를 다루는 크리에이터 미미미누를 언급하며 "공부하는 분인데 이걸 하니까 웃기더라"고 답했다. 또 "아이돌 중에서는 아이브 장원영 님 예쁘게 하셨고, 스트레이 키즈, 슈퍼주니어 등 멋있게 해주셔서 좋았다. 영광스러웠다. 컬래버레이션한 분 중에서는 다나카(개그맨 김경욱) 님이 기억에 남는다. 정말 웃겼다"고 전했다.
'마라탕후루'는 초등학생 서이브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한 곡이었다. 작사에도 참여한 그는 "마라탕과 탕후루를 정말 좋아한다. 일주일에 다섯 번을 먹는다. 노래를 만들 때 가장 유행한 게 마라탕과 탕후루였고, 또 내가 가장 좋아하니까 만든 거였다"고 밝혔다.
챌린지도 직접 구상했다. 서이브는 "만드는 데 5분 정도 걸렸다"면서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과연 이게 잘 될까?'라고 생각했는데, 4일 만에 터졌다. 다행이었다. 처음에 챌린지를 올렸는데 갑자기 조회수가 400만이 나오더라. 그 뒤로 유명한 분들과 컬래버를 하니까 더 많이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마라탕후루'에 이어 지난 7일에는 EP 앨범 '어른들은 몰라요'를 발표했다. 1988년에 나온 동명의 곡을 리메이크했다. 요즘 시대 10대들의 감성에 맞춰 가사를 바꾸고, 편곡한 점이 인상적이다. '진짜 나의 속마음을 알아달라'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현실적인 가사로 표현돼 있다.
'명품 옷만 입혀주면 그만인가요 / 최신 폰만 쥐여주면 그만인가요 / 다 널 위해서라는 핑계는 말아요 / 내 맘속 외로움은 안 보이나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건데 /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 바쁘다고 돌아서면 그만인가요 /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가사를 곱씹던 서이브는 "'다 널 위해서라는 핑계는 말아요'라는 게 가장 공감됐고, 제일 중요한 가사는 '어른들은 몰라요'"라면서 "사춘기에 겪는 살짝 속상한 마음을 표현한 노래"라고 설명했다.
모델 겸 배우 이파니, 뮤지컬배우 서성민의 딸인 서이브는 부모님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마라탕후루'를 하기 전에 부모님이랑 많이 상의했다"면서 "걱정보다는 응원을 해준다. 엄마랑은 친구처럼 지내는데, 콘텐츠 촬영할 때 포즈를 알려줘서 든든하고 존경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신곡 '어른들은 몰라요'를 들은 뒤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냐고 하자 "엄마가 '어른들은 몰라요? 엄마가 뭘 모를 거라 생각하냐. 엄마는 다 안다'고 하더라"며 해맑게 웃었다.
스스로 사춘기는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서이브는 "내가 생각하는 사춘기는 방문을 닫는 거?"라면서 "엄마는 계속 나한테 사춘기라고 한다. 난 사춘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방문을 닫고 안 나올 수 없는 환경이다. 방문이 고장 나서 부모님이 아예 방문을 없앴다. 사춘기의 내 모습이 상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사인을 1000장 정도 하고 가라"는 요청을 받고, 단골인 마라탕·탕후루 가게 사장님이 알아볼 정도로 유명 인사가 됐지만, 서이브는 여느 또래들과 다를 바 없는 순수하고 개구진 매력을 지닌 소녀였다. 친구들과 '아파트 전체 술래잡기'를 하고, SNS로 예뻐지는 방법을 검색하고, 단골 마라탕·탕후루 가게 사장님의 요청에 '마라탕후루' 챌린지를 신나게 선보이고, 노래방에 가면 친구들과 '까탈레나', '내가 제일 잘 나가'를 부른다고 했다.
서이브는 "친구들이랑 더 놀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최대한 학교에 가려고 노력한다. 운동을 정말 좋아해서 6학년 전체 피구를 못 갔을 때 속상한 마음도 있었다"면서도 "7살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까 신기한 것 같다. '나도 이렇게 될 수 있구나. 노력하니까 되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중학교 입학도 앞두고 있다. 서이브는 "떨린다. 중학생이 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중학생이 되면 마라탕을 삼시세끼 먹어보고 싶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13세 소녀답게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똘똘 뭉친 서이브였다. "아이돌은 살을 빼야 해서 싫다. 난 자유가 필요하다"고 소신(?) 발언을 한 그는 "'어른들은 몰라요' 말고 다른 노래들도 준비 중이다. 사람들이 내가 K팝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발라드를 좋아한다. 발라드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