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해 놓고도…63개 민생법안 중 39개 '표류'

입력 2025-01-26 17:09
수정 2025-01-27 00:36
‘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민생과 국가 경제에 직결되는 주요 법안이 낮잠을 자고 있다. 여야는 큰 이견이 없는 법안을 지난해 연내 처리하기로 했지만 주요 쟁점을 합의하지 못해 법안들이 장시간 방치되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해 11월 민생 법안 63개를 합의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현재까지 24개 법안만 처리했다. 계엄 사태 이후 양당 대립 등 정국 상황으로 39개 법안은 국회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전통시장 신용카드 사용액의 소득공제율을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개정안은 정부와 정치권이 잠정 합의한 사안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경제정책 방향과 8월 추석 민생안정 대책 등을 통해 전통시장 공제율을 현행 40%에서 80%로 상향하겠다고 했고, 여야는 작년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협의 과정에서 공제율을 40%에서 50%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계엄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올해 본예산 감액안과 세법 등 부수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내용은 빠진 이후 지금까지 국회 통과가 미뤄지고 있다. 여야는 2023년에만 적용된 중소·중견기업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 기간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작년 말 협의했지만 역시 논의가 중단됐다.

이들을 포함한 세법개정안 등 기획재정위 계류 법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역점 사업인 지역화폐 발행 관련 문제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놓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입법 논의가 멈춰 섰다. 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 등을 위한 최소 20조원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고, 국민의힘에선 추경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청년과 맞벌이 부부 지원 등 각종 민생 법안도 통과가 요원하다. 위기청년을 지원하는 법안인 위기청년지원법도 소관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 심사에 두 차례 올랐지만 아직 법안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이 법은 가족돌봄청년, 고립·은둔청년, 자립준비청년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사회적 고립 위기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을 담고 있다.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아이돌봄지원법 개정도 양당 간 견해차가 크지 않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이 법은 민간 서비스제공기관등록제와 아이돌보미 국가자격제 등을 도입해 아이돌봄 서비스 실효성과 신뢰성을 높이려고 추진됐다. 21대 국회에서 양당 모두 발의했으나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고, 22대 국회 시작과 함께 양당에서 저출생 극복을 위한 핵심 민생법안으로 지목했지만 상임위 상황과 맞물려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고준위방폐장법, 해상풍력법 등 에너지 관련 법안은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야당이 반도체특별법과 동시 처리를 주장하면서 그동안 국회 통과가 미뤄졌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계엄 사태 이후 소비 등 내수가 악화한 상황에서 여야가 비쟁점 법안부터 발 빠르게 통과시켜 민생 이슈를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