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희도 '디올 룩에 토끼가방'…2030 女 열광한 패션

입력 2025-01-26 12:27
수정 2025-01-26 14:36

시크한 디올 로고 룩에 귀여운 토끼인형 가방. 지난 22일 배우 한소희가 해외로 출국하기 위해 공항에 들어서면서 선보인 패션이다. 도시적이고 세련된 패션 스타일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의 인형 모양 가방이 화제를 끌면서 이날 그의 패션은 매스컴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일 오르내렸다.

한소희의 토끼인형 가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요즘 MZ세대 열광하는 트렌드 중 하나는 ‘무해력’이다. 귀엽고, 작고, 순수한 것에 열광하고 애정을 쏟고 몰입하는 모습을 무해력 트렌드라 부른다. 가방, 신발 등을 각종 스티커나 키링으로 꾸미기를 즐기는 요즘 문화가 바로 이 무해력 트렌드에서 왔다. 각종 팬시 제품이 성행한 1990년대 문화의 귀환이라고도 하고, 사회가 각박할수록 무해한 대상에 이끌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해석한다.

‘무해’는 원래 식품이 ‘인체에 무해하다’에서 시작된 용어인데, 최근 들어서는 패션계에서도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화려하고 자극적인 패션 스타일보다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귀여운 디자인과 소재가 각광받는 현상에서 잘 엿보인다. 둥글고 귀여운 쉐입, 풍성한 퍼 소재, 사랑스러운 패턴 등이 Z세대의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큰 인기를 끈다.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올해 새 시즌 상품을 출시하며 준비한 패션쇼 콘셉트에서도 이 트렌드를 잘 엿볼 수 있다.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코페르니는 2025년 봄여름 시즌 패션쇼를 파리 디즈니랜드에서 열어 동심을 자극하는 판타지 쇼를 선보였다. 같은 시즌 명품 브랜드 보테가베네타는 아예 동물 모양 빈백 체어를 관객석에 설치해 무해력 트렌드를 표현했다.

국내에서도 패션업체들이 내놓은 아이템 중 요즘 판매량 많은 제품을 살펴보면 무해력 트렌드를 실감할 수 있다. 미국 아웃도어 신발 브랜드 킨(KEEN)의 동그란 앞코, 다양한 색상의 아웃도어용 신발 ‘재스퍼’를 내놨는데, 이중 작년 가을겨울 신제품으로 출시한 핑크 컬러 슈즈가 판매 개시 직후 곧바로 품절됐다. 아웃도어 슈즈로는 흔하지 않은 분홍빛 색상이 되레 2030세대 여성들 사이에선 귀여운 컬러로 인식되면서 순식간에 완판됐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 이용층인 LF 아떼 바네사브루노가 올해 출시한 봉봉백도 판매율 상위를 차지하는 베스트셀러다. 가방명 ‘봉봉(bonbon)’은 사탕을 뜻하는 불어에서 따왔는데, 가방 아래에 달린 조리개로 셔링을 잡아 사탕처럼 모양을 조절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 가방 디자이너는 프랑스 여행 중 발견한 반짝이는 포장지에 쌓인 사탕의 사랑스럽고 입체감 있는 형태로부터 영감 받아 디자인을 기획했다. 어깨 끈을 조절해 슬링-숄더백, 백팩, 슬링백, 숄더백 총 네 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업체의 또 다른 브랜드 질스튜어트뉴욕에선 ‘플라워 울캐시미어 혼방 머플러’를 트렌드 아이템으로 내놨다. 플라워 패턴이 들어간 숏 머플러인데 목에 살짝 두르기만 하면 부담 없이 귀여운 이미지를 더할 수 있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부 색상에서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닥스는 ‘브라운 패턴 소가죽 카드홀더’로 유행에 올라탔다. 닥스의 시그니처DD 패턴과 닥스베어 캐릭터가 어우러진 카드지갑 제품이다. 선물할 일이 많은 연말 시즌 특히 수요가 컸다는 게 닥스 측의 소개다.


에코 퍼 제품도 귀여운 패션으로 인기다. 에코 퍼는 동물 복지를 고려한 친환경 소재로 제작돼 해롭지 않다는 인식을 주는 동시에 부드러운 촉감과 동글동글한 디자인으로 심리적 안정도 충족시킨다. 헤지스의 ‘세이버 핑크 페이크퍼 퍼피 로고 토트겸 숄더백’ 제품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의 핑크와 아이보리 컬러가 특히 25~35세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출시 두 달만에 온라인 몰 품절 상태를 빚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