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현 시에라베이스 대표 "교량, 터널, 중화학설비 시설도 드론이 자동 점검"

입력 2025-01-24 10:34
수정 2025-01-24 15:00


“올해 CES에 처음 갔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을줄 몰랐습니다. 저희 점검 자동화 기술력이 전 세계에서 톱으로 인정받았다는 자부심이 들었죠.”

김송현 시에라베이스 대표(사진)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CES 참가를 계기로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이 인프라 점검을 위한 사업 협력을 제안해오고 있다”며 “교량·터널 뿐 아니라 화학·가스공장이나 발전소 같은 위험시설에도 우리 솔루션을 확대 적용하는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CES 2025에 처음 참가하자마자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해당 분야에서 이 상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단 한 곳뿐이라는 점에서 구조물 진단 인공지능(AI) 기술의 최고 성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건설 점검 분야 ’빛나는 별‘ 되고자 창업
2019년 설립된 시에라베이스는 언뜻 드론과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착각하게 된다. 물론 드론과 로봇도 만들지만 실제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안전관리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창업 계기는 김 대표가 어느 현장을 우연히 지켜보다 시작됐다. 그는 포항공대 박사과정 시절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ㄷ자’ 모양의 교량 점검 차량과 마주했다. 거대한 차량이 도로를 막아 정체가 이어지자 뭘 하나 유심히 지켜봤다. 김 대표는 “이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람들이 구조물에 매달려 위험하게 교량 점검을 하는 모습을 보며 점검 모니터링 분야를 한번 자동화 해보겠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360도 회전형 라이다 상용화에 성공했다. 라이다는 물체에 적외선 광선을 쏜 뒤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대상 입체감을 감지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부품이다. 좌우상하를 모두 담아내는 이 라이다 기술 덕에 교량 아래를 드론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 눈 역할을 하는 회전형 라이다에 머리인 로봇 자율 운영 모듈을 합친 제품이 바로 ’시리우스‘다. 시리우스는 교량과 터널 등 시설물을 3차원(3D)으로 맵핑(지도화)해 균열이나 이상 징후 등 문제점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무엇보다 레벨4 수준의 자율비행이 가능해 사람이 직접 조종할 필요 없이 점검위치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충돌이 가능한 장애물을 스스로 인지해 회피경로를 만들어 완전한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

시리우스는 한번에 10만장 수준의 데이터를 확보해 균열부터 백태, 철근노출, 박락 등 시설물 손상을 정밀하게 점검할 수 있다. 특히 법적 기준치인 0.3㎜보다 더 작은 수치인 0.1㎜미만 균열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위험한 점검 업무를 사람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사람보다 평균 1.5~2배 정도 탐지를 많이하는데다 사람처럼 지치지도 않는다"며 "점검시간은 수작업 대비 80% 점검인원과 비용은 50%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량이나 구조물 자체가 모두 구조가 제각각이고 복잡하기 때문에 형태를 일관적으로 인지해 점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는 “시리우스 모듈을 드론에 연동하면 공중에서 시설물의 균열이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고 로봇에 달면 터널을 점검할 수 있다”며 “한마디로 설명하면 시리우스라는 지능를 각종 기계의 몸통에 손쉽게 탈부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5조원 세계시장 겨누겠다
이 회사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 2023년기준 매출액은 18억5500만원으로 2022년 9억5000만원 보다 2배 성장했다. 지난해는 30억원 내외로 예상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분야의 시장성에 대해 자신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국내 구조물 점검 시장은 용역 부문만 6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 점검까지 포함하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시장은 더 크다. 국내 시장의 100배 정도다. 시에라베이스는 CES 참가를 계기로 최근 국내 시공평가금액 상위 대형 건설사 한 곳과 시리우스 구매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김 대표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해외 시장은 일본이다. 전 세계 10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일본 판매영업 전문기업인 아큐버와 손잡고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는 ”일본은 지진과 해일, 태풍이 많이 일어나는데다 노후화된 건물도 많은 편이라 어느 나라보다 시설물 점검에 관심이 크다“며 ”시장만 놓고 봤을 땐 우리나라의 4배정도며 점검 비용도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시에라베이스는 송유관과 가스관 등이 밀집한 중동지역과 미국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는 가장 먼저 지사를 설립했고 미국은 아큐버 미국지사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선진국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프리카와 같은 시설물이나 인프라 안전에 신경쓰지 못하는 개발도상국에 시리우스 기술을 이용해 사회적 기여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