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日은 'AI 동맹' 맺는데…우리는 해묵은 '52시간' 논쟁만

입력 2025-01-22 17:32
수정 2025-01-23 00:06
미국이 인공지능(AI)산업의 패권을 굳건히 하기 위해 5000억달러(약 719조원)를 투입한다는 소식이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글로벌 소프트웨어 분야 2위 회사인 오라클이 출자해 ‘스타게이트’라는 이름의 AI 인프라 회사를 설립한다. 여기에 기술 파트너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 ARM이 가세한다. 말 그대로 ‘글로벌 드림팀’이다.

스타게이트는 1년 전 오픈AI와 MS가 기업 단위에서 구상한 프로젝트다. 데이터센터 등 AI산업을 키울 인프라를 대규모로 조성해 빅테크에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세하면서 초기 구상보다 투자액이 다섯 배가량 늘었고, 참여 대상도 일본, 영국 기업으로 확대됐다. 1940년대 초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전공이 다른 다국적 전문가 12만 명을 미국으로 불러 모은 ‘맨해튼 프로젝트’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미래 산업의 근간인 AI 분야만큼은 중국 등 경쟁국에 추월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손 회장이 신설법인 스타게이트 이사회 의장직을 맡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이 자국 기업만 골라 키우는 배타적인 ‘트럼프 서클’을 뚫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이틀이 지나도록 전화 통화 한 번 못 한 한국 입장에선 부럽기만 한 대목이다.

‘졸면 죽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글로벌 산업과 정치 지형도가 휙휙 바뀌고 있지만, 우리 정치권의 위기의식은 한심한 수준이다. 여야 정책위원회 의장이 2주 만에 국회에서 만나 반도체특별법 등 현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선 핵심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규정한 ‘화이트 이그젬션’ 조항과 관련한 의견 차이가 커 설 연휴 이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다국적 기업과 정부가 합종연횡하며 적과 아군을 가르는 중차대한 시기에 1주일에 일을 몇 시간 더 하고, 덜 하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하찮아 보인다. 살아남아야 정쟁도 의미가 있다. 지금 정치권이 귀담아들어야 할 것은 골든타임이 끝나간다는 기업들의 호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