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두 번째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20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이 10만90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는 약세를 보였으며, 투자자들은 트럼프 취임이 가져올 경제적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동부시간 낮 12시 5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마친 직후 주요 지수 선물은 약 0.5% 올랐다. 아시아와 유럽 주식시장이 상승하면서 미국 주가지수 선물도 동반 상승했다. 미국 주식·채권 시장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기념일로 휴장했다.
이날 비트코인은 코인데스크 기준 10만9225달러까지 상승하며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하락해 트럼프 취임 직후에는 10만5000달러 아래로 거래됐다.
트럼프는 스스로를 암호화폐 지지자로 선언하며, 미국의 비트코인 비축량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그의 당선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50% 이상 급등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와 그의 아내 멜라니아는 최근 $TRUMP와 $MELANIA라는 밈코인을 출시했다. 하지만 이 코인들은 이해충돌 문제로 비판 받았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혀, 교역 상대국들의 우려를 완화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관세 대신 다양한 행정명령을 통해 정책을 집행할 것으로 보도했다.
달러는 이날 0.8% 하락하며 2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관세로 타격이 예상됐던 국가들의 통화는 강세를 보였다. 낮 무렵 영국 파운드, 유로, 멕시코 페소, 캐나다 달러, 역외 위안화는 모두 0.8% 이상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국경 통제, 에너지 정책, 정부 개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행정명령을 쏟아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기반의 투자서비스 업체인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자산·시장 부문 책임자인 수재나 스트리터는 “트럼프가 발표하는 행정명령과 그 영향이 분석되기 시작하면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라며 “일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예기치 못한 조치가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증시는 강력한 은행 실적과 물가 압박 완화를 시사한 인플레이션 보고서 덕분에 지난주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같은 공약이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월요일 아시아 증시는 상승세로 마감했다. 트럼프와 중국 시진핑 주석이 전화 통화를 나눴으며, 트럼프가 취임 후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WSJ은 전했다. 같은 날, 중국 소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은 미국 내 서비스 중단 몇 시간 만에 서비스를 복원해 긍정적인 신호를 더했다.
홍콩 항셍 지수는 1.7% 상승했으며, 상하이 종합 지수도 소폭 상승했다. 유럽 증시는 소폭 강세를 보였으며, Stoxx 유럽 600 지수는 0.1% 미만으로 상승했다.
국내 증시는 트럼프 2기를 앞두고 경계 심리가 확산됐다. 2520대에서 턱걸이 마감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 이상 하락하며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번 주 넷플릭스, 유나이티드 항공, P&G,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또한 일본, 노르웨이, 터키 등 주요국의 중앙은행 금리 결정도 예정되어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