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및 주요 기관 정상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미국 우선주의, 관세 정책, 안보 환경 등에 관한 이해관계를 두고 각국 요구를 전하는 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은 핵우산 등 안보를 요구하고 캐나다는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별도 축하 메시지 없이 일선 군부대를 찾아 “트럼프 2기 출범이 유럽의 전략적 각성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시바 “인도·태평양 협력”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21일 X(옛 트위터)를 통해 “미·일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공통 목표를 함께 실현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 대해 “시간이 걸리지 않고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미·일 정부는 다음달 초 이시바 총리가 방미해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이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일본 안보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선’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이 자리에선 미국 핵우산,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방위, 북한 핵 미사일 및 납북자 대응 등 세 가지 사안에 관해 미국의 입장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자신을 ‘미국 51번째 주지사’라고 부른 트럼프 대통령에게 “축하한다”고 전했다. 트뤼도 총리는 “양국에 더 많은 일자리와 번영을 창출하기 위해 다시 협력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일부터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점을 두고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관세를 막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며 보복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체제하에서 “중·미 관계가 새로운 출발점에서 크게 진전하도록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대중국 ‘신규 관세’를 발표하지 않은 데 대해 “미국이 중국과 마주 보고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함께 추동하길 희망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안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방문할 수 있다는 보도는 부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방중 가능성에 대해 “그럴 수 있다”며 “초청받았다”고 말했다. 푸틴 “새 정부와 대화 열려 있어”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X에서 “트럼프 대통령 귀환과 함께 우리는 방위비 지출과 생산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우리는 힘을 통해, NATO를 통해 함께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인 NATO 방위비 분담금 목표치를 5%까지 높여야 한다고 지난 7일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미국과 EU가) 함께라면 우리 사회는 더 큰 번영을 이루고 공동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우리의 정책 목표는 항상 좋은 대서양 횡단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군부대를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지중해에서 군함을 철수하고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전투기를 이동시킨다면 유럽에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가 “유럽의 전략적 각성을 위한 기회”라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가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에 관해 새로운 미국 정부와 대화하는 데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24시간 이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단된 러시아와의 직접 접촉을 회복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전하며 “이런 입장을 환영한다”고 했다.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은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장기적이고 정의로운 평화를 달성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