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팽창주의 아젠다를 제시하면서 역사적으로 미국의 영토 확장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 문구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미국은 다시 한번 성장하는 국가로서 국부를 늘리고 영토를 확장하며 도시를 건설하겠다”며 “우리는 별들을 향해 명백한 운명을 추구할 것이고, 화성에 성조기를 꽂기 위해 미국 우주 비행사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백한 운명을 미래 미국의 화성 탐사 목표와 함께 말했지만 실제 이 문구는 ‘파나마 운하 반환’ ‘디날리산 명칭을 매킨리산으로 변경’ 등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게 WP의 평가다.
명백한 운명은 19세기 미국 사회에서 널리 유행한 용어로, 서부 개척 시대 미국의 대외 팽창이 당연하며 정당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세기 미국의 영토 확장에 크게 기여한 이는 제25대 대통령인 윌리엄 매킨리(1897~1901년 재임)다.
그는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스페인 함대를 괴멸했다. 그 결과 스페인 식민지였던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이후 독립)이 이때 미국에 병합됐다. 1898년에는 하와이를 병합했다.
당시 매킨리 대통령은 “우리는 캘리포니아만큼이나 하와이가 필요하고, 이는 명백한 운명”이라고 역설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매킨리산’ 명칭 변경 의지에는 매킨리 전 대통령의 영토 확장을 존경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취임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매킨리 전 대통령은 관세와 재능을 통해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칭송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매킨리 전 대통령이 암살된 후 제2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재임 당시 파나마 운하 공사권을 프랑스에서 넘겨받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분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이 매킨리 전 대통령과 겹친다”며 “매킨리 전 대통령은 1897년 보호관세법(딩글리 관세법)에 서명해 관세를 50% 이상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