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어려운데 '묻지마 살포'…2746억 쏘겠다는 지자체 9곳 [이슈+]

입력 2025-01-20 20:38
수정 2025-01-20 22:20


전 지역 주민에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가 한 달 만에 2배 늘어났다. 탄핵 정국 및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 설 명절 연휴를 기점으로 재정 정책을 통해 내수 활성화 효과를 보겠다는 취지다. 민생회복지원금을 추진 중인 지자체 상당수는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고, 일회성 재정 정책에 자체 수입 예산의 20~60%를 쓴다는 계획이어서 재정건전성 우려가 제기되는 곳도 나온다. 재정자립도 심각한데 '재정 살포'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 파주·광명, 전남 보성·영광, 전북 김제·남원·완주·정읍·진안 등 지자체 9곳은 민생회복지원금을 전 지역 주민에 나눠주기로 했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4곳 정도였는데 한 달 만에 2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9곳에 투입되는 총 예산만 2746억에 달한다. 지역화폐나 선불카드 방식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가장 '통 크게' 재정 정책을 펴기로 한 곳은 전남 영광군이다. 영광군은 이번 설과 추석에 각각 50만원씩 총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파주만 내국인 국한해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광명은 결혼 이민자만 포함, 나머지는 결혼 이민자와 영주권자까지 포함해 지급할 방침이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김제·남원·보성·정읍·진안 등의 재정자립도는 전체 지자체 243곳 중 하위 30% 수준이다. 그중 진안군은 하위 1%다. 남원·정읍·진안의 재정자립도는 10%도 안 된다. 사실상 중앙 정부에 의존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한 파주와 광명은 비교적 재정자립도도 높은 편에 속하고, 민생지원금 예산 규모가 자체 수입 대비 10% 안팎 수준이다. 그러나 나머지 전북과 전남 지역에 투입되는 민생지원금 예산 규모는 지자체 자체 수입의 20%를 훌쩍 뛰어넘는 곳이 상당수다. 일회성 현금 살포 정책치고는 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1인당 100만원씩 주기로 한 영광군이 이번 정책으로만 편성한 예산은 520억원을 웃도는데, 이는 2023년 기준 자체 수입의 60%에 육박할 정도다.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파주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선별적 지급을 해야 한다며 시의회 내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이웃 지역의 현금성 살포 정책에 고민이 늘어나는 지자체도 하나둘 늘고 있다. 전북 무주군과 전남 순천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해당 정책을 논의하긴 했으나, 재정 여건 등 이유로 실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퓰리즘 성격 짙은데 부양 효과도 미미"경제 전문가들은 해당 정책이 '포퓰리즘'적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경제 부양 효과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내수 진작을 위한 정부지출 확대가 민간의 기존 지출을 대체해 전체 경제 효과를 약화시키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차라리 저소득층에게 주는 게 더 실효성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돈이 없어서 원래 소비를 못 하던 사람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면 복지효과도 있고 경제 활성화 효과도 있다. 따라서 저소득층에게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정책 실효성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022년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의 경제적 효과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의 지급 효과는 모든 가구원 수에서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며 "재정정책을 저소득층에 집중할 경우 정책 효과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지원금 정책을 벌일 경우 물가를 교란할 우려도 나온다. 다만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선 중앙정부의 묘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내수 경기 활성화에 실패했으니까 지자체가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며 "건설 경기 회복, 지역 기업 유치, 교통 인프라 투자 등 여러 방면에서 내수 활성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보/이민형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