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기간 ‘홈술’ 트렌드를 타고 고공 행진하던 막걸리 시장 성장세가 꺾였다.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올랐던 Z세대의 음주 취향이 하이볼 등으로 옮겨가자 찾는 이가 눈에 띄게 줄었다. 급격한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주요 탁주업체는 젊은 소비자를 다시 모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순당은 지난해 1~3분기 매출 526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70.6% 감소했다. 국순당은 2023년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넘게 급감했다.
국내 막걸리 시장 정체로 감소세를 보이던 국순당 실적은 코로나19 당시 호황을 누렸다. 2030세대 사이에서 전통주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한 데다 K컬처 붐을 타고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그러나 2023년 무렵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국내에서 홈술·혼술족이 위스키와 하이볼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수요가 줄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탁주 소매점 매출은 5754억원으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6096억원) 대비 5.6% 감소했다.
해외에서도 주 타깃층인 젊은 여성 소비자가 과일 리큐어(주정에 과실이나 과즙 성분을 넣은 혼성주)를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2년 1만5396t으로 정점을 찍었던 탁주 수출량은 지난해 1만4733t으로 4% 넘게 줄었다.
국내 판매량 1위인 ‘장수 막걸리’를 생산하는 서울장수와 지평주조의 상황도 비슷하다. 2023년 두 회사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0%, 40% 이상 감소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전체 수출 물량은 줄어드는데 탁주업체들이 국내시장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앞다퉈 해외시장에 진출하다 보니 수익을 올리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탁주업체들은 젊은 소비자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막걸리를 활용한 아이스크림, 위스키 블렌드 등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지평주조는 이달 내 막걸리에 위스키를 섞은 ‘막앤스키’를 출시할 예정이다. 연예인들이 지평막걸리와 위스키를 섞은 일명 ‘막스키’를 마시는 것이 SNS에서 반향을 일으키자 신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2021년 해태아이스크림과 협업해 ‘국순당 쌀 바밤바밤’을 선보였던 국순당도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준비 중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