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짝 다가간 조현범의 꿈…“모터스포츠로 프리미엄 타이어 도약”

입력 2025-01-19 16:19
수정 2025-01-20 16:31


“세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모터스포츠 시장을 뚫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동차 마니아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2018년 1월 한국타이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사진)이 모터스포츠를 핵심 프로젝트로 꺼내 들었을 때 상당수 임직원들은 그저 '립 서비스'로 생각했다. 피렐리, 미쉐린 등 이미 모터스포츠 시장을 접수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수주도 불확실하고, 당장 돈도 안되는 사업에 얼마나 오랫동안 매달리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사내외에선 "몇번 도전하다 포기할 것"이란 말이 돌았다.

하지만 조 회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레이싱 타이어 연구개발(R&D) 인력을 세 배 가까이 늘렸고, 모터스포츠 마케팅팀도 신설했다. 그렇게 7년을 투자한 끝에 한국타이어는 지난 16일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인 ‘월드 랠리 챔피언(WRC)’에 독점 공급사로 선정됐다. 1990년부터 레이싱 전용 타이어 개발을 시작한 한국타이어가 3대 모터스포츠 대회(WRC·F1·나스카) 독점 공급사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모터스포츠 대회에 본격 참가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미쉐린 등 선진 타이어 업체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한국타이어는 2014년 WRC 하위 클래스에 타이어 공급 업체로 입성했다. 그 때만 해도 레이싱팀이 미쉐린, DMACK 등 여러 타이어를 선택하는 방식이었기에 진입 장벽이 낮았다. 하지만 4년 뒤 주관사인 국제자동차연맹(FIA)이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WRC 타이어 공급사를 독점 체제로 바꾸면서 한국타이어는 이 자리를 빼앗겼다.

그 해 한국타이어 CEO가 된 조 회장은 본격적으로 레이싱용 타이어 개발에 매진했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26세부터 한국타이어에서 일해온 조 회장은 '모터스포츠에 관심 있는 사람이 결국 자동차 시장에 영향력을 가진 고객'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했다.

매년 수백억 원의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조 회장은 "모터스포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결국 자동차 시장에 영향력을 가진 고객"이라며 "돈 걱정하지 말고 개발하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미쉐린, 피렐리, 브리지스톤 등 굴지의 타이어 제조사의 전략도 벤치마킹했다. 한국타이어는 2022년부터 전기차 레이싱 대회 E 월드 챔피언십(포뮬러 E)의 독점 공급사로 선정됐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이탈리아 피렐리를 제치고 WRC의 파트너십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WRC는 평평한 도로 위에서 벌이는 서킷 경주와 달리 비포장도로, 눈길, 진흙 길 등 험난한 지형에서 진행되는 만큼 타이어의 성능이 그만큼 중요하다.

한국타이어은 지난해 9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사상 최대 규모다. 앞으로 모터스포츠 투자를 강화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고 한단계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모터스포츠 후원을 통해 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R&D 혁신을 위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