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SK·롯데 고강도 구조조정…한화·신세계 구조개편 주목[마켓인사이트 출범 13주년]

입력 2025-01-19 11:48
이 기사는 01월 19일 11: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SK·롯데그룹의 고강도 구조조정이 올해 경영계의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두 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주력 계열사와 주요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삼성 LG 한화그룹은 새 성장동력원을 발굴하기 위해 인수합병(M&A) 빅딜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SK 롯데 이어 한화 신세계도 딜 활발 예상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가 출범 13주년을 맞아 19일 국내외 증권사와 연기금,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급 56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다. 설문조사 참여자에게 ‘대기업 가운데 올해 M&A와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IB 관련 딜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하는 곳을 묻자 응답자 가운데 46명(86.8%·중복응답가능)이 SK그룹을 꼽았다. 이어 롯데(81.1%) 한화(35.8%) 신세계(17%) CJ(17%) LG(15.1%) 순으로 자본시장에 많이 등장할 것으로 봤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구조조정 작업의 고삐를 올해도 바짝 조일 계획이다. 지난해 SK그룹은 SK렌터카, SK넥실리스 박막 사업부 매각을 마무리 지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과 SK스페셜티 매각은 올해 매듭지을 계획이다. 배터리 계열사인 SK온의 유동성을 확충하고, 석유화학 계열사의 포트폴리오 재구성 작업도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올해를 쇄신의 원년으로 삼고 비주력 사업을 대거 정리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롯데 가치창조회의(VCM·옛 사장단회의)서 그룹 최고경영자들에게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로 강력한 쇄신과 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지난해 롯데렌탈을 매각한 데 이어 올들어 호텔과 유통부문 자산을 줄줄이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삼성·LG·한화는 신사업 매물 물색삼성 LG 한화는 올해 새 먹거리가 될만한 매물을 품기 위한 행보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로봇업체인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한 삼성전자는 올해도 로봇업체와 인공지능(AI) 업체의 인수에 나설 전망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8일 CES 2025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은 미래 성장을 위한 중요한 포인트”라며 “적극적 M&A를 통해 선도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히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그룹은 올해 외식기업인 아워홈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오너 3세인 김동관 회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승계 기반을 닦기 위한 M&A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방산과 식음료 업체를 인수하는 형태의 사업 확장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LG도 올해 M&A 시장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LG CNS는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조달한 자금 가운데 일부인 6000억원을 쏟아 AI 기업 인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의 구조조정을 위한 M&A 작업도 동시에 추진할 전망이다.

올해 IB 업계 화두로 PEF의 시장 영향력 확대를 꼽은 전문가가 58.1%로 가장 많았다. PEF 운용사들이 투자자로부터 모은 투자금 중 아직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자금인 ’드라이파우더(미집행 약정액)‘가 역대급으로 불어난 결과다. 드라이파우더는 2023년 말에 3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에는 40조원을 큰 폭 웃돈 것으로 추산된다. PEF가 쌓인 현금을 활용해 M&A 시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일 전망이다.

화학, 건설 등 취약업종 기업들의 사업구조 개편 증가(56.3%), 행동주의 펀드 등의 대기업그룹 지배구조 개편 거래 증가(54.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을 향한 행동주의 펀드의 밸류업 요구가 늘어나고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사업 재편 수요도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PEF 대표는 “PEF가 소진하지 않은 드라이파우더가 많이 남은 상황”이라며 “저성장 산업 구조에서 M&A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M&A나 자금조달 등 딜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 업종은 ‘화학, 정유, 에너지’ 분야로 전문가 58.1%의 선택을 받았다.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발 빠르게 매각에 나서거나 자금 수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 여러 방식의 딜이 생겨날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IB 전문가들이 꼽은 업종은 ‘2차전지 및 배터리소재’(56.3%), ‘반도체 및 전기전자’(49.0%) 등의 순이었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성장둔화(캐즘)로 2차전지 및 배터리 산업에서 딜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출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업황에 먹구름이 껴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산업은 경쟁력 저하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바이오, 제약’(36.3%), ‘조선, 해운, 물류’(23.6%)를 꼽은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김익환/류병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