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이제는 스타트업] 모이게 만들면 답이 나온다

입력 2025-01-17 17:33
수정 2025-01-18 01:09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가 어떠했는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CES는 인공지능(AI)이 화두였다. AI가 우리 생활에 어떻게 들어올지, 모든 산업군에서 각 상품과 구체적으로 연결돼 다가왔다는 말은 너무 많이 들었을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도, 파나소닉의 귀환도, 델타가 스피어에서 제시한 미래 비전도, 볼보의 비전에 대한 얘기도 하도 많이 기사화돼서 CES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난주, 이번 주 내내 관련 기사를 접했을 것이다.

그런데 동시에, 참가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혹은 많은 신문기사를 통해서 이런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이제 CES도 옛날 같지 않다” “너무 한국 사람 판이어서 굳이 여기에 나올 필요가 있을까” “한국 기업들이 만나는 사람의 50%가 한국 사람인데 이렇게 비싼 돈을 들여서 미국 CES에 올 필요가 있을까”. 이런 종류의 회의적인 의견이 올해는 특히 많이 나왔다.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전체 참가 기업 4500여 개 중에서 미국 기업이 1500여 개, 중국 기업이 1300여 개, 한국 기업이 1000여 개로 이를 합치면 전체의 84% 이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트업이 주로 전시하는 유레카관에 부스를 차린 전체 1300개 기업 중 600개가 한국 기업이었으니 유레카관은 마치 한국에서 열린 전시에 외국 사람들이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이런 비판이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입장에 따라 답이 달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참가한 한국 기업들이 만난 사람 중 50%에 해당하는 한국 사람들을 CES가 아니었다면 한국에서 만날 수 있었을까. 아마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만약 이런 행사가 한국에서 열렸다면 나머지 50%의 외국 관계자들이 한국에 왔을까. 그래서 참가 기업들과 미팅을 했을까. 아마도 5%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마케팅 인원이 많지 않은데 혁신과 기술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에 CES는 그나마 기회의 장소이지 않았을까 싶다. 효율성에 대한 지적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번 CES가 비용 대비 비효율적이었다고 해도 그나마 이 정도의 효과를 만들어낼 만한 다른 대안이 딱히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CES 참가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 이번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UKF(United Korea Founders)라는 한국 스타트업 커뮤니티 행사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했다. 잘나가는 스타트업들의 커뮤니티가 확장된 이 UKF에 정말 많은 스타트업이 참가하면서 그 열기가 대단했다. 대부분이 CES에 참가하고 나서 여기로 넘어왔지만 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서 온 경우도 꽤 있었다. 이미 성공한 스타트업들, 패기로 뭉친 초기 기업들, 국내외 유명 벤처캐피털(VC)들이 한국 혁신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서로 돕는 이 커뮤니티는 그 가능성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UKF 확대에 적극 참가한 어느 성공한 스타트업의 파운더가 저녁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 내게는 울림이 있었다. KAIST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이 창업자는 이렇게 말했다. “분야별로 연구를 하든, 논문을 쓰든 한국 학생들이 MIT, 스탠퍼드 등 미국 유수 대학 학생들에게 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왜 한국에는 유니콘 기업이 많지 않을까 궁금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저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유대인들을 보고서야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같이 술 마시고 놀던 친구가, 같이 게임하던 친구가 창업하고 그게 유니콘 기업이 되는 걸 보면서 그들이 주고받는 사소한 정보들이 커뮤니티 내에서 상승효과를 내 선순환적으로 발전하는 구조 말입니다. 전 세계에서 유대인을 제외하고 이런 걸 제일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입니다. 이런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시쳇말로 ‘국뽕’이 느껴지는 말이다.

모든 성공한 창업자에게는 국뽕이 있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임에 자부심을 느끼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에 이런 커뮤니티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시너지를 키우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고 지적되는 CES 참가와 UKF 참가를 결합한다면 그나마 보완되는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