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7일 14:0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첫 건설채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HL D&I가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2월 전액 미매각 수모를 겪었지만, 고금리 매력이 높아지면서 1년 만에 인기 회사채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L D&I는 지난 16일 열린 71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1년물 590억원에는 1100억원, 1년6개월물 120억원에 460억원 등 총 1560억원의 매수 주문이 접수됐다. 지난해 6월에 이어 올해도 회사채 수요예측 연타석 흥행에 성공했다. 목표 물량의 두 배가 넘는 주문을 확보하면서 810억원까지 증액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HL D&I 한라의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으로 매겼다.
당초 자금시장에서는 HL D&I가 목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올해 처음으로 등장한 건설사 회사채라는 점에서 불확실성도 컸다. 특히 신동아건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중견 건설사에 대한 불안감도 확대됐다. 시공능력평가 58위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도미노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에서다.
BBB급 회사채 ‘큰손’인 하이일드펀드 투자수요가 줄어든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분리과세 혜택이 올해부터 적용되지 않는 데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하이일드펀드의 회사채 매수세가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2월 HL D&I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등 리테일 시장이 매수 분위기를 주도했다. HL D&I는 1년물 6.8~7.8%, 1년6개월물 7.1~8.1%의 고금리를 책정했다. 잇따른 금리 인하 효과로 BBB+급 회사채의 등급민평 금리가 1년물 4.8%대, 1년6개월물 5.3%대에 머물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입소문도 매수세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2월 전액 미매각된 HL D&I의 1년물 회사채의 금리는 연 8.5%로 매겨졌다. 발행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장내 채권시장을 통해 HL D&I의 회사채 미매각 물량을 대거 담았다. 쏠쏠한 수익을 올린 개인투자자들이 해당 회사채의 만기가 다가오자 차환 물량도 곧바로 매수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그간 채권 개미 인기 상품인 KB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이 최대 4%라는 다소 낮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올해 첫 미매각 불명예를 안았다”며 “결국 리테일 시장에서 핵심적인 투자 판단 요소는 금리”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