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0시33분부터 48시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 신병을 확보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00여 쪽의 질문지를 토대로 고강도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11시간 가까이 이뤄진 조사에서 줄곧 묵비권을 행사하며 “공수처 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공수처는 구속영장을 청구해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를 이어 나갈 방침이다.○10시간 넘게 조사…줄곧 묵비권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10시33분께 윤 대통령 체포영장과 대통령 관저·사저·안전가옥 등에 대한 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윤 대통령은 공조본이 체포 작전에 돌입한 지 약 6시간 만에 관저를 나와 공수처가 있는 정부과천청사로 호송됐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호송용 차량이 아닌 경호 차량을 타고 이동했고, 공수처 수사팀 소속 검사 1명이 동행했다. 오전 10시53분께 과천청사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취재진이 설치해 둔 포토라인을 피해 다른 문을 이용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을 외곽 지원하는 석동현 변호사는 “체포당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출석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오전 11시부터 청사 5동 335호에 마련된 별도의 조사실에서 공수처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의 조사가 시작됐다. 이재승 차장이 수사관 1명과 함께 오후 1시30분까지 2시간 반 동안 윤 대통령을 신문했고, 이후 이대환 부장검사(2시40분~4시40분), 차정현 부장검사(4시40분~5시50분, 7시~9시40분)가 돌아가면서 조사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중에선 공수처에 선임계를 낸 윤갑근 변호사가 조사에 입회했다. 윤 대통령과 윤 변호사 모두 수사팀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영상 녹화도 거부했고, 신문조서에 도장도 찍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조서가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피의자의 날인이 있어야 한다. 영장전담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공격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일단 진술을 거부하고, 영장실질심사 때 의견을 밝혀 방어하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尹, 구치소 구금…체포적부심 청구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40분께 조사가 끝난 후 서울구치소에 구금됐다. 현직 대통령 신분인 만큼 경호 문제를 고려해 다른 수용자들과 분리된 독거실에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16일에도 이른 시간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이어 가겠다는 방침이다.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공수처는 17일 오전 10시33분까지 조사를 마무리하고 윤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공수처와 검찰은 영장이 발부되면 최장 20일의 구속기간을 10일씩 나눠 쓰기로 협의했다. 대통령 기소권은 검찰에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조사 종료 직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체포의 적법 여부를 다투는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해 발부받은 영장은 공수처법상 전속관할을 위반해 무효라는 주장이다. 이 영장에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경찰·군인을 동원한 불법적 국회 봉쇄 및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 통제” 등이 윤 대통령의 주요 피의 사실로 적시됐다.
장서우/허란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