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도 탄소중립 발 뺐다…트럼프와 '코드 맞추기'

입력 2025-01-10 18:11
수정 2025-01-11 02:03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1조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넷제로(탄소중립)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ZAMI)’에서 탈퇴한다고 밝혔다. NZAMI는 기업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 등 영향력을 행사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지지하는 자산운용사들의 모임이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필립 힐데브랜드 블랙록 부회장은 이날 고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NZAMI 가입은 블랙록의 실무 관행에 혼란을 초래했고, 여러 공공기관의 법적 조사를 받는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외신은 그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주도한 블랙록이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진단했다. 2020년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기후 리스크는 투자 리스크”라는 견해를 밝히며 기업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세우는 것은 주주들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 보수 정치인들은 기후 운동을 미국 기업에 강요한다는 이유로 블랙록을 지속적으로 공격했다. 지난해 텍사스를 포함한 공화당 성향 주들은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들이 친환경 전략을 위해 석탄 생산을 억제했고, 이는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블랙록의 환경·사회 문제와 관련한 주주 제안 지지율은 2021년 47%에서 지난해 4%로 급락했다.

로이터통신은 블랙록의 탈퇴 결정이 석유 개발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월가에서 이어지고 있는 기후 대응 관련 조직 탈퇴 흐름을 반영한다고 했다.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2022년 NZAMI를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JP모간,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도 최근 몇 주 사이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연이어 이탈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