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물량 폭탄·'트럼플레이션' 우려 겹쳤다…"비트코인, 최대 25% 더 빠질 수도" [강민승의 트레이드나우]

입력 2025-01-10 10:33
수정 2025-01-10 10:34
미국의 견조한 고용지표와 국채금리 급등 여파로 '10만달러'를 재반납하고 급락한 비트코인(Bitcoin, BTC)은 하방 압력이 강해지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9만7500달러를 안정적으로 돌파하면 회복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9만2500달러선이 붕괴되면 낙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10일 비트코인은 오전 9시 20분 기준 현재 바이낸스 USDT 마켓을 기준으로 전일 대비 2.5% 내린 9만2588달러(업비트 원화 마켓 기준 1억4021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김치 프리미엄(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의 가격 차이)은 최근 소폭 상승한 3.29%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발 인플레이션 불확실성 커져…단기 미국채 물량 폭탄까지"

최근 글로벌 증시·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은 미국의 강력한 고용지표와 국채금리 급등에 하락했다. 이와 함께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 당선인이 몰고 올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8일(현지시간) Fed가 공개한 지난달 FOMC 의사록에 따르면 거의 모든 Fed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이 증가했다"라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록은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의 이민, 통상 정책 변경이 미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언급이 최소 4차례 나왔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트럼프의 대규모 관세가 발표되면 Fed는 금리 인하를 중단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구인·서비스업 지표도 시장의 예상을 웃돌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 것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구인·이직 건수(JOLTs)는 약 810만건으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고 6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고용지표가 견고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선 오늘 22시 30분(한국시간) 발표되는 미국의 비농업 고용지표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정책금리에 영향을 주는 단기채권의 만기가 오는 1분기 상당수 도래하게 되면서 국채금리가 상승(국채 값은 하락)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정부는 최근 몇 년간 단기국채를 집중적으로 발행해 재정적자 자금을 충당해왔다. 통상적으로 시장금리 상승은 가상자산·증시 등 위험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결과를 낳는다.


금리선물 시장은 1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여잡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동결할 가능성은 93.1%를 나타내고 있다. 오는 3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59%까지 올랐다. 가상자산 시장, 거래량·유동성 꾸준히 회복…"중기적 상승 기대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 일주일 동안(지난 2일~8일) 11억2800만달러(약 1조6518억원)가 순유입됐다. ETF 자금 유입은 지난 7일 이후로 감소세를 나타내다가 전날 순유출로 전환했다.

최근 스위스에서 중앙은행의 비트코인 비축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소식, 엑스(X·옛 트위터)의 자체 지불·결제 시스템 'X머니'가 가상자산 결제를 지원하며 조기 출시될 수 있다는 점 등은 기대감을 키웠다. 반면 미 법무부가 다크웹 '실크로드'에서 압수한 비트코인 6만9000여개(약 9조5160억원)에 대한 매각을 허가한 것은 공포 심리를 자극했다.

비트코인은 거시경제 흐름에 따라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중기적으론 상승세가 전망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는 주간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는 지난해 회복력을 보여줬지만 견고한 노동시장 등 일부 부문에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면서 "올해 1분기는 비트코인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데 중기적으로는 추가 상승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어 "(채굴 등) 비트코인 공급량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시장에서 접근 가능한 비트코인의 유동성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 공급량이 시장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기간을 나타내는 '유동성 재고 비율(Liquidity Inventory Ratio)'은 지난해 10월 41개월에서 최근 6.6개월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트코인의 시장 수요에 비해 공급량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의 유동성이 회복되면서 올해 반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기업 카이코(Kaiko)는 연구 보고서에서 "지난해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 이후 암호화폐 시장의 유동성은 (알라메다 갭을 메꾸며) FTX 붕괴 사태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다"면서 "글로벌 거래소 30곳을 토대로 집계한 거래량도 202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라고 분석했다.

카이코는 "올해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는 명확성을 확립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최근 상승 랠리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기업의 강력한 관심과 역대급 매수세에 의해 주도됐다. 올해 기관 투자가의 관심은 비트코인을 넘어 이더리움, 기타 알트코인으로도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KULR, 럼블, 지니어스 그룹 등 기업은 지난 4분기 대차대조표에 비트코인을 추가했다. 올해 비트코인 상승 촉매는?…"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등 7가지 요인 주목"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는 미국이 친(親) 암호화폐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낙관론도 확산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을 '암호화폐 대통령'으로 칭하며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계획을 공언해왔다. 최근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첫날(오는 20일) 암호화폐 정책을 포함한 25개의 행정 명령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5일 가상자산 전문 뉴스레터 고아시메트릭은 올해 비트코인 상승세를 이끌 주요 정책적 요인으로 △ 미국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계획 △ 전세계 다른 국가의 비트코인 비축 △ 가상자산 커스터디 회계 지침 SAB-121 폐기 △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역할 및 명확한 가상자산 규제 확립 △ 스테이블코인 법안 △ 미 은행의 가상자산 프라임 브로커리지·트레이딩 서비스 허용 △ 중국의 유동성 공급 등 7가지를 꼽았다.

먼저 SAB-121은 미 SEC가 제시한 회계 관리 지침으로, 은행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에 사실상 장벽을 놓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고객의 가상자산을 보관업체에 수탁할 경우 이를 재무 상태표에 부채로 기록해야 한다. 또 프라임 브로커리지란 기관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종합적인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가상자산 시장에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기관 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을 주입할 경우 비트코인이 크게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위안화의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중국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이 대체 자산으로 주목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한 이후 비트코인이 3배 이상 급등한 사례도 있다. "하방 압력 커진 비트코인, 최대 25%까지 더 빠질 수 있어"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9만7500달러를 안정적으로 돌파하면 회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9만2500달러선이 붕괴되면 낙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온체인 분석가들은 비트코인을 1000개 이상 보유한 '큰 손' 고래들이 최근 하락장에서 비트코인을 대량 매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비트코인은 하방 압력이 가중되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유시 진달 뉴스비티씨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하락세가 주도권을 잡으면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은 9만2500달러 근방에 저점을 기록한 이후 손실을 통합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추가 하락에 대한 단기 지지선은 9만2500달러~9만2000달러, 9만1500달러로 추정된다.

반면 그는 "비트코인이 9만2500달러 위에서 계속 거래된다면 추가 상승을 노려볼 수 있다"면서 "상승에 대한 저항은 9만5000달러~9만6500달러, 9만7500달러, 9만8800달러에 차례로 위치한다"라고 덧붙였다.

단기 투자자의 매도세에 비트코인의 약세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케시 우파드예히 코인텔레그래프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최근 10만달러를 유지하지 못하고 하락했다"면서 "이는 단기 투자자의 차익 실현 때문일 수 있다. 비트코인이 단기적인 바닥을 형성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우파드예히는 "비트코인은 강세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지만 9만달러는 견고한 지지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만약 비트코인이 9만달러~8만5000달러 영역을 깨고 내려가면 하락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9만7679달러를 안정적으로 돌파하면 10만2725달러, 10만8353달러까지 계속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은 최근 과매수 영역에 진입한 이후 단기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명 시장분석가인 케이티 스톡턴 페어리드스트레티지 창업자는 "비트코인은 최근 (10만달러를 돌파했던) 급등세에서 과매수 신호가 출현했고 앞으로 두 자릿수 하락이 예상된다. 암호화폐 시장은 단기적인 약세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분석가는 "비트코인은 8만4500달러 근방에서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매도세가 예상보다 가파를 경우 7만3800달러까지 현 시세보다 25%가량 더 하락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또 "기술적으로 분석할 때 비트코인은 주봉, 일봉을 기준으로 과매수로 인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상승은 단기적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분석가는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론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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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승 블루밍비트 기자 minriver@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