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아는 사람" "은퇴한 게 배우냐"…도 넘은 인신공격 '눈살'

입력 2025-01-10 10:42
수정 2025-01-10 10:44


"(뮤지컬 배우라는데) 얘 아는 사람?"

"이분이 배우였나? 연기 못해서 강제 은퇴한 배우도 배우냐"

각각 뮤지컬 배우 이석준이 후배 차강석을, 작가 소재원 씨가 배우 최준용을 공개 저격하며 한 말들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성·반대 집회가 격렬해지면서 대립이 첨예한 양상을 띠고 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반대 측을 싸잡아 인신공격하며 정치 양극화도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석준 배우는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차강석이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이 기사화된 내용을 게재하며 "얘 아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계엄 환영' 발언을 시작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차강석이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감으로 해석된다.



이석준은 1996년 연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데뷔해 다수의 연극, 뮤지컬,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왔다. 배우 추상미의 남편으로도 알려졌다.

이석준이 이른바 '듣보잡(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저격한 차강석 배우는 뮤지컬, 연극 무대서 활동해 왔다.

뮤지컬 '드림스쿨', '플랫폼', 로미오와 줄리엣' 등과 연극 '소원을 말해봐' 등에 출연했다. 드라마 '뱀파이어 탐정', '임진왜란 1592'에도 등장한 바 있다.

차강석은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간첩들이 너무 많아 계엄 환영한다"며 "간첩들 다 잡아서 사형해달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후 "최근 계약직으로 강사를 하던 곳에서 해고 통보받았다"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차강석은 자신의 '계엄 환영' 발언이 뭇매를 맞자 이를 사과하면서도 "페미에 빠져 살지 말고 건강한 사회 활동을 하길 바란다"면서 자신에게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은 사람들을 젠더 갈등으로 몰고 가 또다시 비판받았다.

이후 본격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합류해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주최한 '탄핵소추 의결 저지 국민대회'에서 포착됐다. 그는 "저쪽에 분명히 간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지난 8일에는 "의원님 나라를 지켜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배우 최준용 또한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 지키기에 나선 연예인 중 하나다.

최준용은 지난 3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해 계엄을 지지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당시 그는 "지난해 12월 3일 느닷없이 계엄령이 선포돼 깜짝 놀랐는데, 사실 더 놀란 것은 몇 시간 만에 계엄이 끝났다는 것"이라며 "저는 내심 좀 아쉬웠다. 계엄 하신 거 좀 제대로 하시지 이렇게 끝낼 거 뭐 하려 하셨나 아쉬웠다"고 말했다.

또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가 윤 대통령의 큰 뜻을 몰랐던 것 같다. 계엄을 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대통령이 항상 말씀하신 반국가 세력들이 여기저기서 막 쑤시고 나오고 있지 않으냐"며 "대한민국이 싫으면 북한으로 가 이 XX들아"라고 소리쳤다.

이를 두고 소재원 작가는 최근 자신의 SNS에 기사를 캡처해 올린 뒤 "이분이 배우였나? 연기 못해서 강제 은퇴한 배우도 배우냐. 연기가 올드해서가 아니라 그냥 연기 자체를 못 해서 작품에 출연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 바닥 냉정하다. 감독, 작가, 배우 실력 없으면 아무도 안 써주고, 작품 쉬는 게 부끄러워서 자신도 어디 가서 명함도 안 내민다"면서 "실력 없어서 강제 은퇴했으면 그냥 조용히 살라"고 일갈했다.

소 작가는 "배우라는 이름 팔아서 진짜 배우들 욕보이지 말라"면서 "우리 배우들 연기 하나만 보고 살아간다. 국민 대다수가 내란범을 욕하고 있는 마당에 당신 같은 가짜 배우로 인해 연기만을 위해 하루하루 버티는 고귀한 이들이 싸잡아 욕먹을까 두렵다"라고도 했다.

그는 소병호 화백의 손자로 2008년 소설 '나는 텐프로였다'를 통해 등단했다. 영화 '비스티보이즈', '소원', '터널', '공기살인',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등의 원작자이자 극본가다.

이런 세태와 관련해 일부 네티즌들은 "속 시원하다"고 동조했지만 또 다른 이들은 "생각이 다르다고, 혹여 틀렸더라도 인신공격하면 안된다", "정치적인 생각이 다르다고 한참 선배인 동료에게 이렇게 인격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것은 크게 잘못돼다", "타인의 삶을 무시하고 비아냥거리는 행동은 아주 비열하고 나쁜 행동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집회 참여자들이 서로를 비난하고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현실과 관련해 '집단적 흥분 상태'라는 진단도 나왔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경닷컴에 "현재 사회적 분노와 극단적 대립이 심상치 않고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사회 각 조직의 주체가 대중에게 감정에 호소하거나 선동하면 애꿎은 시민만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 이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