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국내 증시가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 조정과 삼성전자의 저조한 실적에도 코스피지수는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500선을 회복했다. 환율 안정에 따른 외국인 매수 유입, 실적 반등 기대, 미국 관세 정책 완화 가능성 등이 투자심리를 되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코스피 4거래일 연속 상승세…5% 올라8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6% 오른 2521.05에 마감했다. 지난 3일부터 4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지난해 9.6% 떨어진 코스피지수는 4거래일 만에 5.07% 반등했다. 특히 전날 나스닥지수가 1.89% 떨어지고 이 영향으로 8일 대만 일본 등의 증시가 약세를 보인 데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까지 발표됐음에도 1% 이상 반등하는 저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지난해와 확 달라진 이유를 환율 안정과 곧 출범할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책 완화 기대, 기업 실적 바닥론 등에서 찾았다. 우선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지난해 국내 주식을 내다 팔던 외국인의 매수세가 되살아나고 있다. 연말 1472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55원 선까지 내려왔다. 환율 고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자 환차익과 저점 매수를 노린 외국인이 다시 국내로 향했다는 분석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와 결정적으로 달라진 점은 환율 고점 인식이 생긴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외국인 수급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달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5844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은 올해 들어 66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국내 증시 상황에서 외국인 복귀는 즉각적인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 가격이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파는 투자자보다는 사는 주체가 많아졌다”며 “많지 않은 매수 금액으로도 큰 폭의 상승세가 연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일부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보편적 관세보다 일부 품목에 선별적 관세를 부과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곧바로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지만 환율 안정과 투심 회복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아직 추세 상승 전망하기엔 일러기업 실적 전망치가 바닥까지 왔다는 심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지난해 4분기 실적으로 시장 추정치를 크게 밑도는 6조5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3.43% 올랐다. 기대가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악재 해소로 해석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높아진 원·달러 환율이 대부분 수출 제조업체 실적에 도움이 됐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2900까지 오른 코스피지수가 2400 아래로 내려간 가장 큰 이유는 기업 실적에 관한 우려였다”며 “삼성전자 실적 바닥론이 커지면서 다른 대형주도 이익 전망 기대가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여전히 미국발 관세 우려와 환율 변동성이 남아 있는 데다 기업들의 근본적 성장동력이 확인돼야 한다는 점에서다. 이진우 센터장은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납품한다고 하면 SK하이닉스가 흔들리면서 증시의 전체적 변동성은 오히려 커질 것”이라며 “로봇 등 시장 전체가 수혜를 볼 수 있는 다른 분야에서 먹거리가 생겨나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