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설계한 항체 신약 후보물질이 실제 표적에 결합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습니다.”
최근 서울 관악구 본사에서 만난 석차옥 갤럭스 대표(사진)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갤럭스 디자인’의 성과를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항체 엔지니어링 및 치료제(AET) 학회에서 자체 설계한 다수의 항체 신약 후보물질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9월 구글 딥마인드가 공개한 AI 알파프로테오보다 한발 앞섰다는 평가다. 알파폴드를 기반으로 개발된 단백질 설계 플랫폼인 알파프로테오는 아직 항체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갤럭스는 전통적인 신약 개발 방식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약물을 AI로 설계한다. 기존 신약 개발은 수천만 가지 물질 중 원하는 표적에 결합하는 물질을 선별한 뒤 임상을 통해 신약 가능성을 확인한다. 하지만 갤럭스는 원하는 표적에 결합하는 물질을 AI로 설계할 수 있다. 세상에 없는 물질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석 대표는 “항체를 개발할 때 일반적으로 수백만 개에서 수천만 개의 물질을 시험하는데 갤럭스디자인으로는 수만 개만으로도 훨씬 뛰어난 결과물을 낸다”고 설명했다.
갤럭스는 항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으로 평가된다. 소분자 기반 AI 신약개발사는 세계적으로 많고, 임상 단계에 진입한 물질도 수십 개에 이른다. 하지만 항체 분야는 이제 시작 단계다. 가상으로 설계한 물질이 실제 원하는 타깃에 결합하는 것을 증명한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대 화학과 교수인 석 대표는 20년 넘게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를 연구한 석학이다. 과학계의 50년 묵은 난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 구글의 알파폴드가 세간에 처음 알려지던 2020년 국제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CASP)에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단백질 구조 예측은 신약 개발 난제를 해결할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이 이 분야에서 나와 더욱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갤럭스는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신약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LG화학과 공동연구 계약을 맺고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조기 기술이전을 위한 자체 후보물질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
2020년 21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조달한 갤럭스는 올해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석 교수는 “10년 안에 신약 개발 패러다임을 바꿀 통합 AI가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