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없다" 지적에도…지역 민심 눈치에 너도나도 "신공항"

입력 2025-01-08 17:36
수정 2025-01-09 00:28
‘무안 제주항공 사고’를 계기로 전국에서 추진 중인 10개의 신공항 프로젝트 건설을 재고하거나 안전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다른 지방 공항의 안전체계도 일제히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총 8개의 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 중인 2곳(경기국제, 포천)을 합하면 총 10개에 달한다. 이들 공항은 정치권이 지역 민심을 의식해 제대로 된 심사 없이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총사업비가 13조원 넘는 부산 가덕도신공항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는데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당초 2035년 개항이 목표였는데,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감안해 2029년 12월로 대폭 당겼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 첫 삽도 못 떴는데 4~5년 만에 뚝딱 완공하겠다는 건 애당초 무리”라며 “지금이라도 현실적인 타임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을 비롯해 새만금국제공항, 제주2공항 등은 모두 철새 출몰지와 인접해 있는 게 공통점이다. 조류 충돌 대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울릉공항과 백령도공항, 흑산도공항 등 섬 지역에 들어서는 소형 공항도 철새 서식지와 가까운 데다 활주로 길이가 1200m로 매우 짧아 안전성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새만금공항 활주로 길이를 2500m에서 3200m로 늘려야 한다”(전라북도의회), “흑산도공항을 백지화해야 한다”(광주·전남환경운동연합) 등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방채 한도액 초과 발행 허용 등의 내용이 담긴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 특별법 개정안은 제주항공 사고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지역 정치권은 여전히 ‘공항 속도전’에 골몰하고 있다. 인천과 김포, 김해,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방 공항은 수년째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막상 공항을 지어놓더라도 저조한 수익성·이용률에 부딪힐 경우 안전관리 소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