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쇼핑' 나선 트럼프…"안 팔면 군사력 동원 가능"

입력 2025-01-08 15:46
수정 2025-01-0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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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력 동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들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입지가 커진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군사 행동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의 장악을 위해 군사력 또는 경제적 강압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두 사안 중 어떤 것에 대해서도 나는 확언할 수 없다"며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인이 글로벌 동맹과 자유무역이 아닌 경제적 강제와 일방적인 군사력에 의존하는 2기 외교 정책의 의제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파나마 운하 사용료 인하를 요구하면서 1977년 협약으로 파나마에 넘긴 운하 운영권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는 지난달 타계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파나마 운하 이슈를 환기시켰다. "카터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관할권을 미국에서 파나마로 이양하는 협정을 체결한 당사자"라면서 "오늘날 파나마 운하는 사실상 중국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혀 온 트럼프 당선인은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두고 있는 덴마크에 대한 공세 수위도 높였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선박들이 그린란드를 누비고 다니도록 할 수 없다"면서 "그린란드 주민들의 독립 및 미국 편입 의사가 투표로 확인될 경우 덴마크가 그것을 저지하지 못하도록 덴마크에 대한 고율 관세를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그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방문 중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개인 관광차 방문한 것이라고 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노골화하는 가운데 이뤄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회견에 앞서서는 트루스소셜에 "그린란드가 우리나라의 일부가 된다면 그곳 사람들은 엄청난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매우 악랄한 외부 세계에서 그곳을 보호하고 아낄 것이다. 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자신의 선거 구호를 그린란드에 차용한 것이다.



WSJ는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를 장악하겠다고 밝힌 것은 강대국이 영향권을 설정하고 경제적, 군사 안보적 이익을 위해서는 이웃 국가들을 힘의 논리로 굴복시킬 수 있다는 21세기 신식민주의적인 사고 방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 CNN은 "미국의 힘을 이용해 좁은 국익을 끝없이 추구하고 작은 동맹국들까지 강제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선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덴마크의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란 점에서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운운한 것은 동맹국에 대한 협박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CNN은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로 원하는 바를 이룰 가능성은 낮지만, 그의 전략은 미국에 더 나은 조건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미국 선박에 대한 통행료 할인, 희토류 등 그린란드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권 확보 등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파나마 정부와 덴마크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하비에르 마르티네스-아차 파나마 외무장관은 이날 언론에 성명을 내고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면서 "우리 운하의 주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우리 투쟁의 역사이자 돌이킬 수 없는 획득의 일부"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간 물리노 대통령은 "반환 요구는 역사적 무지에서 나온다", "1㎡도 내줄 수 없다"는 등의 발언으로 트럼프 당선인을 반박해왔다.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날 현지 TV2 방송에 출연해 "덴마크 정부 관점에서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들의 것이라는 점을 아주 명확히 하겠다"며 "그린란드 총리가 이미 말했듯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미국과 아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미국과) 우리는 같은 동맹(NATO)의 일부"라며 "이는 중요한 한 측면이며, 다른 하나는 그린란드와 그린란드인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 이후 그린란드 정치권에서는 차제에 덴마크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지난 3일 신년사에서 "세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소위 식민주의의 족쇄라고 할 수 있는 협력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전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는 4월 의회 선거가 예정된 점을 언급하며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라고 말해 독립 찬반 주민투표를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