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에도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 '당근책' 검토한다

입력 2025-01-08 10:04
수정 2025-01-08 10:05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밝힌 '책무구조도'와 관련해 조기 제출 증권사에 이른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금감원은 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해 미리 제출하는 곳에 한해 제재 감경·면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 바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권 때처럼 책무구조도를 먼저 제출하는 증권사에 컨설팅과 제재 비조치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직원의 직책별 내부통제와 위험관리에 대한 책임을 사전에 특정한 문서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별 책임과 제재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도입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에도 조기 제출을 독려해 인센티브를 주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이 경우 지난번 지주·은행이 받았던 컨설팅, 제재 비조치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금감원으로서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과 운용, 보험 등 각 업권에서 책무구조도가 제출 시한인 7월에 임박해 몰리면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서다. 시범 운영을 두고 소화해 가면서 업권별 특성을 파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23년 말 기준 자산 5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 운용자산(AUM) 20조원 이상의 대형 운용사는 올해 7월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대상이 되는 대형 증권사와 운용사는 각각 23곳, 14곳이다. 그 외 증권사와 운용사는 내년 7월2일까지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 제도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으로 지난해 7월 이미 시행됐지만 업권별로 유예기간이 적용돼, 실질적 시행은 책무구조도 제출한 시점부터다. 은행은 법 시행으로부터 6개월을, 증권과 보험은 1년을 받았다.

앞서 금융지주회사와 은행들은 책무구조도 '첫 타자'였던 만큼 당국이 당근책을 줬다. 당초 은행은 법 시행 6개월 만인 올 1월 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초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국은 시범 운영 기간을 별도로 도입, 의무 기한보다 두 달 앞선 지난해 10월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 받았다. 이 기간 중 제출하는 금융사에는 한시적으로 제재를 면하기로 했다. 이에 금융지주 9곳과 은행 9곳 총 18곳이 조기 제출했고, 금감원은 이들을 대상으로 책무구조도에 대한 점검·자문 등 컨설팅을 해 줬다. 또 내부통제 관리의무상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제재를 면제했다.

금감원은 증권업권 책무구조도 취합을 앞두고 지난달 말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책무 배분' 등이 업계 중점 고려 사항이었다. 상위 임원(상급자)과 하위 임원(하급자)의 업무가 일치하는 경우엔 상위 임원에게 책무를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증권사는 없다. 하지만 저마다 내부적으로는 시스템 구축에 한창이다. NH투자증권은 법무법인 김앤장과, 미래에셋증권은 삼일PWC·법무법인 세종과 계약을 맺고 책무구조도를 마련하고 있다. KB증권은 딜로이트안진·김앤장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증권사 한 임원은 "업권별로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책무구조도라 할지라도 세부적으로는 달리 따져볼 게 많을 수 있다"며 "증권업권도 미리 당국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시범 운영이 도입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