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사고기 기장 '2000쪽 매뉴얼' 손으로 뜯은 흔적 발견

입력 2025-01-03 09:09
수정 2025-01-03 09:43

지난달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보잉737 기종 운영 매뉴얼 일부가 발견됐다. 손으로 뜯어낸 듯 구겨진 채 발견돼 급박했던 사고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2일 MBN 보도에 따르면 사고가 난 여객기 파편 주변에서 해당 기체에서 수치가 빼곡하게 기록된 보잉737 운영 매뉴얼 서너 장이 발견됐다. 사고 당시 충격으로 해당 기체에서 튕겨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QRH(Quick Reference Handbook)로도 불리는 항공기 매뉴얼은 보통 2000쪽에 이를 정도로 두껍다. 기체마다 기장석과 부기장석에 각 1권씩 2권이 비치된다.

보도에 따르면 발견된 매뉴얼 페이지에는 보잉 737-800 기종이 랜딩기어를 내린 상태에서 최소 동력으로 날아갈 수 있는 거리가 적혀 있다. 일부 페이지에는 물 위에 비상착륙 하기 위한 '수면 불시착' 절차 관련 내용도 담겼다.

발견된 매뉴얼에는 의도적으로 뜯어낸 것으로 보이는 자국도 남아 있었다. '메이데이' 선언부터 사고 순간까지 드러나지 않은 6분 사이 조종사들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비상착륙에 대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승희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장이) 부기장한테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아보자, 또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며 매뉴얼을 꺼낸 것 같다"고 짚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도 "다 펼쳐놓고 볼 수 없으니 필요한 부분만 급하게 뜯어서 (수치를) 계산하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한편 취재진이 발견한 매뉴얼 조각은 정부 합동조사단이 수거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상태다. 사고 직전까지 2시간 분량의 음성기록 자료를 모두 확보해 분석 가능한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을 마쳤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교신 내용의 공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와 공개에 대해 협의해 보겠지만 중요한 자료라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조위는 법에 따라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게 돼 있어서 조사의 구체적이나 세세한 내용까지 저희가 전달받거나 그런 상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