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총·도끼로 국회 부수고 들어가라"…檢수사로 밝혀진 사실들

입력 2024-12-27 17:49
수정 2024-12-27 19:38

검찰이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기소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봉쇄 현장 지휘관에 “총을 쏴서라도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한 이후에도 “두 번, 세 번 계엄령을 선포하면 되니 계속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 결과를 통해 새롭게 드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김 전 장관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기 하루 전인 이날 그를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계엄 관련 주요 피의자 중 첫 기소 사례다. 김 전 장관은 계엄 발령 이후 7일 만인 이달 10일 구속된 상태였다.

검찰이 밝힌 공소 사실에 따르면 계엄 당일 윤 대통령은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게 국회 통제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통해 조 청장에게 “국회에 경찰을 증원하고,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차단하라”고 요청했다. 이때부터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기 전까지는 조 청장에게 직접 수차례 전화해 “국회 들어가려는 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포고령 위반이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조 청장과 김 청장은 28개 경찰 기동대, 경찰 버스 168대, 지휘 차량 56대 등을 동원해 즉시 국회를 봉쇄했다.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한 수도방위사령부 병력의 국회 진입도 윤 대통령이 직접 지휘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진우 사령관에게 전화해 “아직도 못 들어갔나”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 해” “총을 쏴서라도 문 부수고 들어가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사령관의 지휘 아래 무장한 1경비단 소속 136명, 군사경찰단 소속 76명 등이 국회로 출동해 경내로 진입했다. 윤 대통령은 이 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이 190명 들어왔다는 건 확인도 안 된다” “계엄 선포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 “(계엄이) 해제돼도 2번, 3번 (다시) 선포하면 되니 계속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윤 대통령은 특전사 병력 출동도 직접 지시했다. 그는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로 이동 중인 헬기가 어디쯤 가고 있냐”고 물으면서 “아직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로 진입해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 이에 곽 사령관은 김 모 707특수임무단장 등에게 “본회의장 안에 있는 국회의원이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 건물 유리창을 깨고서라도 국회 본관에 진입하라” “대통령님 지시다, 다 끄집어내라”고 명령했다. 실제로 계엄 당일 707특수임무단은 망치로 유리창 2개를 깨고 국회 내부로 침투했다.

김 전 장관은 국회 봉쇄 지시 과정에서 현장 병력들에게 수시로 전화하며 윤 대통령을 조력했다.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이 임박한 때에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국회의장), 한동훈(국민의힘 대표) 등 3명을 최우선 체포 대상자로 잡아들이라 지시했다. 검찰은 “포승줄과 수갑을 이용, 3명을 먼저 체포해 구금 시설(수방사)로 이동하라”는 메시지가 띄워진 방첩사 단체 대화방을 증거로 제시했다. 당시 방첩사는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서 각각 100명의 병력을 지원받아 주요 인사 체포조를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장관이 여 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에게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고 전산 자료를 확보할 것을 지시한 점도 주요 피의 사실로 적시됐다. 문 사령관은 지시에 따라 체포·감금할 직원 30여 명의 명단을 추린 뒤 36명의 정보사 요원들에게 이들을 “포승줄 등으로 묶고 얼굴에 복면을 씌워 수방사 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계엄 당시 행위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인 국회,국회의원, 선거관리위원회를 강압해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했다”며 국헌 문란 목적이 인정된다고 봤다. 다수의 무장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폭동’을 일으켰다는 판단이다.

또 윤 대통령이 적어도 올해 3월부터 김 전 장관 등에게 “비상대권밖에는 시국을 헤쳐 나갈 방법이 없다”고 언급하는 등 계엄을 논의해왔다는 사실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계엄 이틀 전인 1일에는 김 전 장관에게 “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냐”고 구체적으로 묻기도 했다.

검찰의 공소장은 수십 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 관계자는 공소장에 적시된 윤 대통령의 진술 등에 대해 “인적·물적 증거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