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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예고한 관세 인상안으로 인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의 평균 가격이 3000달러 가량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울프리서치를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제안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의 평균 가격을 약 3000달러 높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멕시코와 캐나다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들의 주요 제조국이라는 점에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쇼핑 웹사이트 에드먼즈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3만 달러 이하 가격의 저가 차량 중 3분의 1 가량이 멕시코에서 생산되고 있다. 닛산 센트라, 포드 매버릭 등이 대표적이다. 저가 차량의 멕시코산 비중은 10년 전만 해도 약 20%에 불과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량 제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멕시코를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비중이 급격히 늘었다.
이에 트럼프식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은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저렴한 차량과 SUV 등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WSJ는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혼다 시빅 세단과 같은 저가형 모델도 관세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관세는 차량 부품에도 적용돼 제조업체와 소비자의 비용을 더욱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기아의 미국 법인 대표인 스티븐 센터는 "모두가 꽤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간단히 말해 제발 관세를 부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아는 멕시코에서 소형 세단인 포르테와 K4를 생산하고 있다. 이 두 모델은 기아의 미국 판매량의 약 18%를 차지한다. 센터 대표는 "북미에서 무역 장벽을 추가하면 미국 자동차 산업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파괴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 판매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부품과 재고 부족 등으로 인해 급등했다. 최근 몇 년간 금리 상승기는 자동차 소유 비용을 더욱 높였다. 신차 대출의 월평균 상환액은 약 700달러로, 트럼프 1기 첫해인 2016년 당시 500달러에서 크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많은 미국인들이 더 작고 저렴한 차량으로 갈아탔고,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모델의 판매 증대로 이어졌다. 멕시코는 현재 연간 약 40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약 70%가 미국으로 수출된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에 대한 관세 조치는 자동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미국 소비자들에 직격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일부 제조사들은 생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거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차량을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쓰다(Mazda)는 멕시코에서 소형 차량 마쓰다3와 소형 SUV CX-30을 생산하고 있는데,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더 많은 차량을 생산하거나 일본에서 수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