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원 넘보던 와인이…" 중국인들 지갑 닫자 생긴 일

입력 2024-12-26 11:28
수정 2024-12-26 13:38

고급 와인 몸값이 뚝 떨어졌다. 26일 런던국제와인거래소에 따르면 케이스당 2만파운드(약 3700만원)가 넘던 유명 부르고뉴 와인인 도메인 조르주 루미에의 ‘2020년 빈티지 본느 마레스 그랑 크뤼’는 최근 반값(44% 하락)에 가까운 1만1500파운드(약 2100만원)선에 거래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 보도한 국제 고급 와인 거래소 리브-엑스 자료를 보면 고가 부르고뉴 와인 시세를 추종하는 ‘버건디 150’ 지수는 지난달 말 기준 연초 대비 14.4% 급락했다. 같은 기간 ‘빈티지 샴페인’ 지수는 9.8%, ‘보르도’ 지수는 11.3% 떨어졌으며 이를 포괄하는 ‘고급 와인 100’ 지수도 9.2% 하락했다.

명품과 고가 시계, 고급 와인까지 플렉스(과시) 소비의 ‘큰손’이던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고급 와인 시장은 고금리에 아시아 지역, 특히 중국 수요 위축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악화일로다.


와인 투자 업체 ‘크뤼 와인’의 그레고리 스워트버그 최고경영자(CEO)는 FT에 “(고급 와인 시장의) 불황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지난달은 올해 중에서도 가장 힘든 달이었다”고 털어놨다.

고급 와인 시장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기 호황을 누렸다. 대규모 현금이 풀린 데다 당시 작황이 나빠 와인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부르고뉴 와인과 빈티지 샴페인 가격이 치솟았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가 지속되자 이자·배당 등 보유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와인은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탓에 가격 하락폭이 가팔라졌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도 고가 와인을 헐값에 사들이는 기회로 삼는 일부 투자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하락이 시작되기 전인) 2년 전만 해도 이 정도 가격에 유명 최고급 와인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긴 어려웠다”고 귀띔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